‘추 전 장관’ 오기 <동아>…현씨 주장 1면 톱 배치한 <경향>

<경향>, 현씨 ‘피해자’로 묘사하며 충실히 대변..동료들 반대 증언은 왜 외면하나

“오늘 동아일보 사회부장 칼럼에 "추미애 전 법무무장관"이라고 쓰여 있군요. 무의식의 반영인가 봅니다. 오기인가? 사회부장이 이러면 데스크는 누가 보나요?”

16일 KBS 최경영 기자가 본인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중 일부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오피니언’란에 실린 정원수 사회부장의 칼럼 <“당신들을 검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란 오기를 그대로 지면에 게재한 것을 두고 한 일침이었다. <동아일보>는 온라인판에서 이 오기를 수정한 상태다. 오기가 등장한 칼럼의 내용은 이랬다.   

▲ <이미지 출처=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 <이미지 출처=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우리 올드보이들은 요즘 검찰을 후배들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전직 검찰총장에게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27)의 군 복무 당시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해 묻자 예상 밖 답변이 돌아왔다.

주역에 ‘사출이율(師出以律·출정하는 군대에 기율이 없으면 이겨도 분란이 온다)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누가 뭐라고 해도 국가 기강을 지탱한 건 검찰의 힘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인사권을 갖고 있어도 검사가 사표를 낼 각오를 하고 수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걸 기대할 수 있겠느냐’라고 후배 검사들을 질타했다."

전직 검찰총장의 입을 빌리며 시작한 칼럼의 요지는 어렵지 않다. 추 장관 아들 사건을 8개월 넘게 붙잡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가 석연치 않다는 것. 문제제기 자체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을 두고 해당 칼럼은 “국민적 의혹을 외면한 검찰에 미래는 없다”고 결론 맺었다. 

칼럼의 의도 또한 쉬이 읽힌다. 하지만 검찰이 국민적 의혹을 외면해 온 것이 어디 한 두 번인가. 1년이 넘도록 11번 넘도록 고발을 당한 나경원 전 의원 자녀 특혜 의혹은 어떠한가. 이를 외면한 검찰과 역시나 해당 의혹을 묵인하고 동조해 온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미래 역시 없다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칼럼 속 전직 검찰총장은 후배 검사들을 검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데, 이런 <동아일보>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란 오기는 최 기자의 말마따나 추 장관을 장관이라 여기지 않는, 혹은 여기고 싶지 않은 ‘무의식의 반영’이라 할 만 하다. 

이 칼럼뿐만 아니라 추 장관 아들 문제를 보도하는 논조 역시 ‘특혜’나 ‘청탁’, ‘외압’이 있었다는 결론을 정해놓은 것 같은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동아일보>만의 문제일까. 같은 날 <경향신문> 1면에 실린 <[단독]추미애 아들, 복귀 지시 잠시 후 “해결됐다” 메시지> 기사를 보자. 

▲ 경향신문 16일 1면 톱기사 <추미애 아들, 복귀 지시 잠시 후 "해결됐다" 메시지>.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 경향신문 16일 1면 톱기사 <추미애 아들, 복귀 지시 잠시 후 "해결됐다" 메시지>.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경향신문>의 놀라운 1면 톱 단독 기사들 

“경향신문은 당직병사 A씨가 작성한 ‘사건발생 및 진행경위서’를 15일 입수했다. A씨는 지난 12일 김영수 전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담당 조사관과 연락하면서 경위서 작성을 결심했다. A씨가 서씨의 미복귀 사실을 함께 알았던 같은 부대 다른 병사(선임병장) B씨, 친구 C씨와 최근 통화한 내용의 녹취도 함께 입수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27)의 군 시절 휴가 관련 특혜 의혹은 지난해 12월 당직병사 A씨가 등장하는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는 ‘리드’로 시작한 해당 기사의 보도 경위다. 일부 언론이나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이 ‘공익제보자’라 칭하고,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현 모씨의 주장에 힘을 싣는 기사였다. 

<경향신문>은 더불어 <[단독]9시쯤 서씨에게 “택시든 뭐든 타고 복귀하라” 지시…9시30분쯤 찾아온 대위 명령대로 ‘휴가자’로 정정>란 후속 기사와 함께 <[단독]당직병사 “정치적 의도 갖고 제보한 것으로 취급…피해 막대”>란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현씨의 주장을 철저한 검증 없이 반복․보도하는 한편 그의 인터뷰를 고스란히 실었다. 보도 시점 등을 고려할 때 기사 속에 등장한 경위서나 녹취록 역시 검찰 측에 제출된 증거 자료라 추정할 만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이 단독기사들이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느냐다. 녹취록 속 정황이나 이를 풀어낸 <경향신문>의 논조 모두 현씨나 국민의힘 측 주장의 반복이었다. <경향신문>은 녹취록과 서씨 측 주장을 반영, 2017년 6월 25일의 ‘타임라인’ 등에 주목했다. 

하지만 ‘서씨의 부대 미복귀’ 의혹을 푸는 핵심은 현씨가 당직병사로 근무했던 2017년 6월 25일의 정황이 아닌 이틀 전 6월 23일이라는 사실은 이미 서씨가 복무했던 카투사 동료 등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조된 바 있다. 아울러 해당 부대 지휘 체계 상 당직사병이 부대 미복귀 사실을 알았느냐보다 지휘 장교가 25일 전에 서씨의 휴가 연장을 구두로 승인했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경향신문>은 현씨의 주장과 현씨가 또 다른 부대 동려 B씨와 나눴다는 녹취록 등을 근거로 25일 상황에 집중하면서도 이미 ‘휴가 처리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밝혀 온 지휘 장교의 주장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B씨가 서씨에게 처음 전화한 오후 8시50분 이후 서씨 측이 모종의 조치를 취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또 <경향신문>은 “A씨는 ‘출타장부’를 통해 서씨의 휴가 복귀일이 6월23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까지 부대에 복귀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씨가 2차 병가 종료일(23일)에 복귀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당시 지원반장(한국군 상사)을 통해 들어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역시 지난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한 서씨와 같은 부대에 복무했던 전 카투사를 통해 반박된 내용이었다(☞관련 기사 <같은 지원반 복무한 카투사 “현씨 주장, 영창 감수할 일인데..”>). 이 일요일인 25일의 경우, ‘출타장부’ 등 기록보다 현황 상황판과 같은 일일보고와 지휘 장교의 구두 승인이 우선이고, 이 승인에 따라 월요일에 기록이 반영됐다는 증언이었다. 

하지만 <경향신문>의 기사는 이러한 반박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현씨의 주장과 현씨 등이 검찰에 제출한 증거만으로 당시 정황을 재구성한 기사를 1면 톱에 배치한 것이다. 그간 ‘검찰발 단독’ 기사로 유명세를 떨쳤던 <경향신문>이 그간 보여준 논조를 반복한 ‘단독’이라 의심해 볼 만한 대목이었다. 헌데, <경향신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당직사병’ 현씨는 과연 피해자일까 

“(의원실 비서관이) 사실을 물어보길래 대답을 해줬을 뿐인데, 정치적 목적을 갖고 계획적으로 제보한 것처럼 취급당하고 있다. 지금도 힘들지만, 앞으로도 취직이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이날 <경향신문>이 전한 현씨의 ‘걱정’이다. <경향신문>은 또한 “‘당직병사’ A씨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27)의 군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된 첫 언론 보도의 제보자로 알려진 것에 대해 강력 반박했다”며 “A씨는 15일 통화에서 ‘제보 자체를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작성한 ‘사건 발생 및 진행경위서’와 녹취에는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고 전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해당 인터뷰 기사를 보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씨의 실명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고, 현씨가 다른 지인과 나눈 대화를 한 매체가 보도한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현씨의 입장과 주장을 충실히 반영하며 마치 현씨를 일종의 ‘피해자’로 묘사하는 뉘앙스였다.  

지난 2월 <TV조선>과 실명으로 인터뷰를 하고, 이후에도 자신의 실명 인터뷰를 부정하지 않았던 현씨. 그는 과연 피해자일까. 이미 권익위는 현씨가 공익제보자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대해서도 <경향신문>은 “이 인터뷰로 인해 신청인(A씨)이 마치 이 사건과 관련한 최초의 제보자인 것처럼 사실관계가 왜곡됐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공모해 어떤 정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갖고서 이 사건을 제보한 사람으로 인식됐다”며 “취직 및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부정적 낙인효과로 인하여 지속적인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현씨의 주장을 충실히 반영해 줬다. 

인터뷰에 응한 본인은 책임이 없고, 주장의 내용 역시 사실이었다는 현씨의 주장을 <경향신문>이 대변해 준 셈이라고 할까. <경향신문>은 “A씨는 지난 1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 신고로 인한 보호신청 요구서를 전달했다”라며 “해당 언론사에 익명 처리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억울하다는 현씨의 주장과 <TV조선>의 책임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잘못 전달된 사실을 바로잡고자 경위서를 썼다. 취업을 걱정하는 청년이 어른들의 정쟁에 이용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남은 문제는 정치와 사법기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경향신문>은 인터뷰 기사 말미 위와 같은 현씨의 보호신청 요구서와 경위서 작성을 도운 김영수 전 권익위 국방담당 조사관의 주장을 실었다. 향후 권익위의 판단을 고려해야겠지만, 해당 사건으로 총체적으로 인식 중인 <경향신문>의 독자 중 과연 현씨를 ‘피해자’로 인식할 이가 얼마나 될까. <TV조선>이 현씨를 정파적으로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경향신문>은 현씨의 주장을 한 번 더 검증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현씨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는 동료 카투사들의 반대되는 증언은 왜 외면하나. 무엇보다 본인의 인터뷰에 책임을 져야 할 27살 청년 현씨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피해를 입었을지 모를 서씨의 입장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결국 이 모두 해당 사안에 대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란 ‘무의식의 반영’을 만천하에 자랑한 <동아일보>처럼 이미 결론을 정해놓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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