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영장 청구 날 황희석 공개질의 “윤 총장 답하라”

[하성태의 와이드뷰] “검언 합동정치공작 진행경과, 자료와 함께 공개할 것”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한 것은 본건 수사가 착수되기 전의 일로서, 기본적으로 취재원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통상의 사건에서 수사를 앞두고 사생활 보호 등 사유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더라도, 곧바로 구속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 측의 강변이다. 15일 검찰이 ‘검언유착’ 사건의 피의자인 이 전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직후 이 전 기자 변호인은 입장문을 내고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리조차 도외시 한 결정”이라며 위와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검찰의 이러한 영장 청구는 이 전 기자가 이미 증거를 다수 인멸했으며 추후 증거를 은닉하거나 인멸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지난 3월 31일 MBC 최초 보도 이후 지지부진 했던 ‘검언유착’ 사건 수사가 이 전 기자의 구속 영장 청구와 함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백기투항’하면서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반면 이 전 기자의 법률 대리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로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상 법원에서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아울러 13일 검찰시민위원회는 이 전 기자가 소집을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철 전 대표가 신청한 수사심의위에서 이 전 기자가 피의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전 기자 측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바닥이 난 모양새다. ‘검언유착’ 사건에 적극 목소리를 내온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도 이 전 기자 측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었다. 14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이동재 기자는 끝까지 남 탓을 하고 다른 사람이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허위주장을 한다. 이동재 기자와 제보자가 주고받은 대화는 전부 검찰이 갖고 있을 텐데, 그 대화의 어디에도 제보자가 ‘정치권 로비 장부’를 언급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이동재 기자는 그 당시에 헛것을 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에 와서 그렇게라도 주장해야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집착 때문일까?

몇몇 언론과 검사 몇 사람들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이라 주장하고 있는 모양인데,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실명을 내놓고 그런 주장을 당당하게 해주기 바란다.” 

다시 보는 ‘검언유착’ 사건 타임라인 

위와 같은 당부가 포함된 <검찰과 언론의 4월 총선개입 정치공작이냐, 권언유착이냐>란 글에서 황 전 국장은 아예 ‘검언유착’ 사건의 타임라인을 꼼꼼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황 전 국장이 정리한 타임라인은 이 전 기자의 증거인멸을 하거나 은닉할 가능성이 왜 높은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2월 13일 : 윤석열 총장이 부산고검을 가서 한동훈 검사를 만나고, 취재차(?) 그곳에 간 이동재, 백승우 기자가 한동훈 검사를 만남. 
2월 17일, 20일, 24일 : 이동재가 이철 대표에게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편지를 써서 그 편지가 이철 대표에게 도착.  
2월 24일 : 비로소 변호인을 통해 이철 대표의 부탁을 전달받은 제보자가 ‘기자가 진짜 맞나?’ 의심스러워 이동재에게 전화하여 그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 
2월 25일 :  제보자와 만난 이동재 기자가 “유시민, 신라젠, 돈, 이철 대표 형량...” 이렇게 계속 연결시키며 이철 대표의 허위진술을 요청. 
2월 29일 : 똑같은 내용으로 이동재가 전화통화를 걸어온 날. 

황 전 국장에 따르면, 그 사이 이동재는 네 번째 장문의 편지를 통해 대놓고 이철 전 대표를 겁박했다. 이철 전 대표도, 가족도 탈탈 털릴 것이라는 내용으로 언론에 알려진 바로 그 편지다. 

“자, 이쯤 되자 제보자는 덜컥 겁이 나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된 나머지 그렇지 않아도 일 때문에 만나던 PD에게 상의를 하자 그 PD는 기자를 연결해 준다. 그날이 3월 10일이고, 그렇게 만난 기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제보한 날이 3월 11일이다. 그래서 MBC 보도진들이 취재에 들어가는 것이다(중략).

그리고 내가 이 천인공노할 검찰과 언론의 총선개입 정치공작을 처음으로 듣게 된 날은 지난 3월 25일이고, 제보자를 소개받아 만난 날은 지난 3월 26일 21시경이다. 그리고 MBC가 이 사건을 보도한 날은 3월 31일이다. 권언유착을 주장해온 사람들, 이제 얼굴과 이름을 까고 이 과정이 권언유착이라고 주장하기 바란다. 그리고 왜 권언유착인지도 함께 밝혀주시라.” 

▲ <이미지 출처=MBC 보도 영상 캡처>
▲ <이미지 출처=MBC 보도 영상 캡처>

황 전 국장의 주장대로라면, 그리고 상식적으로나 그간 ‘윤석열 검찰’의 행태를 놓고 보면, 몇몇 검찰 관계자 등의 말을 빌린 일부 언론의 ‘정언유착’ 주장은 선후 관계가 틀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전 기자가 애초 수차례 편지를 보내며 이 전 대표에게 접촉하지 않았다면, 또 한동훈 검사의 이름을 들먹이며 겁박하지 않았다면 ‘정언유착’은 성립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아울러 제보자의 과거 행적을 들먹이며 증언이나 제보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것 역시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황 전 국장이 한 검사에게, 윤 총장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질의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황희석 전 국장의 상식적인 질문들

“윤석열 총장은 한동훈 검사와 이동재가 진행하던 공작에 대해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답해야 한다. 나는 그런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의심하고 있고 수사자문단, 전국 검사장회의와 같은 이상한 꼼수를 쓰면서 의심은 더 커졌으나, 확인할 길은 지금으로서는 윤 총장의 답변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답변을 주시기 바란다. 아니면 아니라고 답만 하면 된다.”

“한동훈 검사는 본인이 이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는 것으로 계속 주장해 왔고, 이것을 권언유착이라 공격해 왔다고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왜 출석에 불응하고, 왜 본인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불응하며 수사와 감찰에 협조하지 않는가? 켕기는 것이 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아직도 본인 답변은 연루된 적이 없다는 것인가?”

어렵지 않다. 윤 총장은 서울지검의 수사를 방해하지 않으면 된다. 한 검사는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하면 된다. 그게 윤 총장이 천명해왔던 소신과 ‘법과 원칙’에 부합하는 일이다. 죄를 짓지 않았다면, 별의 별 꼼수를 쓸 일도, 검찰 수사에 불응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조국 일가족 수사 때처럼 한 검사와 채널A 이 전 기자 주변을 탈탈 털면 될 일이고. 윤 총장의 그 ‘법과 원칙’, 그리고 소신, 일관성이 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황 전 국장은 “기대하셔도 좋다”면서 “검찰과 언론의 합동정치공작에 대한 수사가 원만하고 충분하게 진척된 상황 같아 그 정치공작의 진행경과를 관련 자료와 함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수원지검장 역시 ‘조국 사퇴’를 압박했다고 밝혔던 황 전 국장이 어떤 증거를 내놓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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