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와이드뷰] 입맛 맞는 사건 입에 떠넣어주는 ‘법기술’ 아닌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수사가 오리무중이다. 검찰에 사건 배당이 이뤄진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수사에 진전이 있다는 뉴스가 전혀 없다(...).”
<동아일보> 출신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지난달 29일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글 중 일부다. 지난 1월 통합당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이를 위해 조 의원은 당시 같은 김도읍 의원이 군 관계자들의 제보를 인용해 “추 장관 아들이 휴가 중 중대지원반장에게 휴가 이틀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직 사병의 거듭된 복귀 지시에도 부대 복귀를 하지 않았다”, “추 장관이 부대 쪽에 전화를 걸었고 상급 부대 모 대위를 거쳐 휴가 연장 지시가 내려왔다”라고 제기한 의혹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언론이 주목하진 않았지만, 조 의원이 이런 글을 올린 다음날(30일) 통합당은 추 장관에 대한 고발을 포함 정부여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압박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조 의원과 곽상도, 전주혜, 정점식, 이만희, 박형수, 유상범 의원 등이 대검을 방문한 이들이었다.
그러자, 또 다음날(1일) <중앙일보>가 관련 단독보도를 냈다. <檢, 성명불상 대위 특정했다···‘추미애 아들 의혹’ 수사>란 제목이었다. <중앙일보>는 “3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 양인철)는 19일 서씨와 함께 군에서 복무한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의 내용을 요약하면, A씨는 검찰조사에서 “서씨의 휴가 연장 과정이 이례적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반면, A씨의 상관이자 지원반장이던 이 상사란 참고인은 “해당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반대 취지의 진술을 했다. 잘 알려지다시피, 추 장관의 아들은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했다. 검찰이 향후 주한미군을 상대로 얼마나 제대로 된 수사를 벌일지 주목된다.
이렇게 길게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 이유는 어렵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더욱 공고해진 하나의 패턴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정부여당 인사를 고소고발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신속히 수사에 나서는 작동방식 말이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검찰의 반격? ‘추미애 아들 의혹’ 본격 수사 들어가나>란 기사로 <중앙일보>와 검찰을 지원사격했다.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한 축이 바로 법세련(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라 할 수 있다.
추미애 고발과 검찰 중심으로 뭉친 삼각동맹
“지금까지 검찰 수사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채널A 기자가 공모관계에 있다고 판단할 어떠한 근거가 없다. 한 검사와 채널A 기자가 유착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저격했다는 추 장관 주장은 허위사실 유포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내놓은 추미애 장관 고발의 변이다. 이처럼 법세련은 1일 추 장관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이번이 총 네 번 째다.
먼저 지난해 12월엔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26일엔 피의사실공표 혐의, 이어 28일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고발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1일 추 장관 고발 건의 수사에 착수했다. 실로 신속한 수사가 아닐 수 없다. 검찰과 언론, 그리고 통합당과 보수단체가 삼각동맹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형국이라고 할까.
이와 관련, 추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아들의 신상 문제가 언론에 미주알고주알 나가는 걸 보면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감탄하고 있다”며 “참 경이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촌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법세련의 활약은 눈에 부실 정도다. 지난달 15일 <오마이뉴스>의 <고발왕? 조선일보가 '좌파저격수'라 소개한 이 사람>에 따르면, 법세련의 대표 이종배(34)씨는 이 외에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진보 인사들만 총 20여 차례 고발했다.
이렇게 보수시민단체의 고발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뉴스톱>은 최근 “검찰이 우리 편이라는 보수진영의 인식”과 “검찰 고발이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실제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첫 번째와 관련해, 이씨의 고발이 지난해 6월, 그러니까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이씨는 ‘정치적 배후 세력이 있다’거나 ‘진보 성향 인사만 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앞서 소개한 <오마이뉴스> 기사에 이씨는 “음해”라고 일축하며 이렇게 밝혔다.
"제가 (유튜브 채널)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에 몇 개월 출연했었는데 그곳에서 보수·진보 모두 공정성에 입각해 비판했다. 저희 단체는 이념에 의한 편가르기를 하지 않는다. 공정과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원칙에 따라 활동한다.
현재의 권력은 집권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왜 민주당이나 여권 인사만 고발하냐고 하는데, 지금 야권 인사 중 딱히 고발할 만한 사안이 없다. 나경원 전 의원은 왜 고발하지 않냐고 묻는 분들도 많은데, 나 전 의원의 경우 이미 다른 단체에서 10번 넘게 고발하지 않았나. 거기에 우리가 또 고발을 하는 것이야말로 고발의 남용이라고 생각한다."
법세련의 눈부신 활약상
이들이 내세우는 것이 바로 ‘법치’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법과 검찰 수사를 무기로 국민들을 겁박하면서 국민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던 바로 그 ‘법치’ 말이다. 그 법치를 내세우는 근원이 불분명한 단체가 비위와 불법이 드러나고 있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여론과 ‘추미애 법무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추 장관을 연거푸 3번이나 고발했다.
김씨는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을 비교하고 나서기도 했다. 어불성설이다. 지난 몇 년 간 각종 의혹보도가 잇따랐고,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나 전 의원과 현직 장관으로서 매일매일의 행보가 기사화되는 추 장관의 경우가 동일하다 느낄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간 진보단체의 고발이 여론을 환기하고 정치권을 압박해온 수단으로 쓰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고소고발은 부정부패 등 국민적 여론이 납득할 수 있는 사안에서 이뤄진 것들이 다수라 할 수 있다.
반면 법세련의 과도하다 못해 며칠에 한 번 꼴로 이뤄지는 고발은 검찰의 힘만 키워주는 꼴이라 할 수 있다. ‘불기소할 권력’을 지닌 검찰이 이러한 고소고발 건을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건 이제 국민 상식에 해당하지 않는가.
앞서 언급했지만, 윤석열 검찰 취임 이후 법세련의 고발이 득세한 것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추 장관에 대한 3차례 고발처럼, 권력 감시라기보다 법세련이 검찰의 입맛에 맞는 사건을 입에 떠 넣어 주는 ‘법기술’을 부리는 건 아닌지 말이다.
직접 판단해 보시길. 다음은 앞선 기사에서 <오마이뉴스>가 언론보도 내용을 근거로 정리한 지난달 15까지 법세련이 검찰에 고발한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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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