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때리기’ 언론들, 족벌언론사 투명성·사익편취 문제도 짚어야
“조선일보가 관련된 대표적인 재단법인 중에 방일영문화재단이 있거든요. 방일영문화재단에서 저술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에 선정한 17명 지원 대상자들 17명을 조사해보니까 그중 절반 이상 조선일보 관련된 계열사 소속된 언론인들, 그리고 동아일보나 문화일보(를 지원했어요).
반면에 진보 성향 매체라고 할 수 있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이런 분들은 한 번도 지원을 안 했더라고요. 그러면 방일영문화재단 보고 똑같은 논리라면 왜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 이런 데 지원하지 않았냐고 추궁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21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의 <조선일보>를 향한 반문이다. 이날 방송에서 하 공동대표는 “사실 저는 그 기사 보고 너무 화가 났다”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일감몰아주기’ 정황을 소개했다.
짐작했다시피, 하 공동대표의 화를 돋은 기사는 두 언론사의 진보 시민단체 때리기 기사였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일부터 <권력이 된 시민단체> 시리즈를, <중앙일보>는 10일부터 <견제 없는 권력, 시민단체>라는 기획 보도를 통해 ‘정의연 사태’ 이후 진보 시민단체의 회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며 ‘재벌의 일감몰아주기와 똑같다’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해당 시민사회단체의 반박은 물론이요, 사실마저 왜곡하는 해당 시리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서 하 공동대표가 주목한 것이 바로 보수언론사, 보수단체 본인들의 일감몰아주기 행태였다. 그 중 앞서 소개한 것과 <조선일보>에 이어 하 대표가 소개한 것은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의 광고였다.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보수 단체 중에 국민행동본부라고 서정갑 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가 있는데 그 단체가 광고를 냈어요. 광고를 어디에다 냈냐 하면 조선일보 문화일보에 줬습니다. 그러면 그것도 문제가 되는 거죠. 왜 한겨레, 경향에 안 주냐. 그건 그분들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거 아니에요.
자기들하고 성향이 다른 매체에 광고 주라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보면 시민사회의 자율적 영역인데, 이것까지 본인들의 잣대를 가지고 왜 비슷한 성향의 단체에 이렇게 연대를 하거나 또 일감을 줬냐. 주문했냐, 현수막 주문을 했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저는 시민사회에서는 활동을 못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TV조선 드라마 제작사의 수상한 지분
이렇게 보수언론의 이중 잣대를 매섭게 꼬집은 하 공동대표가 향후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을 것을 시사해 눈길을 끈다. 방송 직후 하 공동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오늘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서 밝힌 것처럼, TV조선의 일감몰아주기 문제에 대해 다음 주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지원행위로) 신고를 할 예정”이라며 TV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콘텐츠 제작사로 알려진 ‘하이그라운드’를 언급했다.
“핵심은 TV조선이 ‘하이그라운드’라는 회사에 2018년 109억, 2019년 191억원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고, 이 ‘하이그라운드’의 35.3%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조선일보 방상훈 대표이사의 둘째아들 방정오씨라는 것입니다.”
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2019년도 주식회사 하이그라운드 회계감사보고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이그라운드’는 TV조선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 <바벨>, <레버리지 사기조작단>, <간택-여인들의 전쟁> 등을 제작‧공동제작해온 제작사다.
이 같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의 ‘하이그라운드’ 주식 소유는 CJ의 경우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CJ E&M 역시 tvN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의 지분을 다수 보유했지만, 오너 일가의 개인 주식 보유 현황은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5월 해당 사안을 최초로 문제제기했던 하 공동대표는 지난달 22일 <민중의 소리>에 기고한 <[하승수의 직격] TV조선과 방정오의 수상한 거래>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이런 형태의 일감몰아주기는 재벌들의 변칙 상속·증여와 관련해서 여러 번 이슈가 되었다. 이렇게 일감을 몰아주면, 일감을 받는 기업(수혜법인)의 회사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그 이익은 대주주에게 돌아가게 된다.
즉 ㈜조선방송의 일감을 몰아받아 ㈜하이그라운드의 회사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그 이익은 대주주인 방정오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조선일보 관계사에서 이런 변칙적인 행위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정의연 때리기에 동참했던 언론이라면
‘조선’과 ‘중앙’은 ‘정의연 공격’의 일환으로 진보 시민단체 때리기에 혈안이 됐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다. 종편 채널까지 보유하며 공히 대한민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군림 중인 이 두 기업이 진보 시민단체의 회계 부정을 침소봉대하기 위해 ‘재벌의 일감몰아주기’까지 끌어온 것은 ‘자기부정’과 ‘내로남불’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왜 보수 단체는 가만 놔두고 진보 단체만?’이란 물음은 부차적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보수언론 자신들의 일감몰아주기, 오너 일가 챙기기를 되돌아본다면, 일부 진보 시민단체의 회계 관행이나 연대 행위 등을 시리즈로 비판할 수 있을 리 만무해 보인다. 사실 왜곡에 대한 비판과 함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자기부정 역시도 시비를 따져볼 문제인 것이다.
하 공동대표는 “이번 기회에 거대 족벌 언론들의 투명성 문제, 사익편취 문제를 제대로 짚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하이그라운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이 지금 많이 있습니다.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추가 취재를 해주셨으면(한다)”이라고 당부했다.
그건 국민적 관심의 환기를 당부한 것이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진보 시민단체’ 때리기 대열에 합류했던 여타 매체들에 대한 당부이기도 할 터다. 맞다. 최소한 ‘정의연 사태’ 와중에 정의연과 진보 시민단체의 회계 문제에 의혹을 보냈던 언론들은 그와 같은 논리, 동등한 시선으로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는 물론 이들 언론사들의 일감몰아주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언론으로서, 적어도 그 정도 균형은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