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20일… 北도 美도 심상찮다>

오늘(2일) 동아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으로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망신 당한’ 언론이 많습니다만 동아일보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무튼 오늘(2일) 지면을 기준으로 ‘신문읽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동아는 김 위원장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걱정인 건지 아니면 심상치 않기를 바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를 보면 더 ‘가관’입니다. 

동아는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이후 20일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 워싱턴 조야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처리 방향과 같은 급변 사태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한반도 주변 불안정성이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라고 보도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공개적으로 모습 드러낸 김정은 위원장 … ‘망신 of 망신’ 당하는 한국 언론 

마치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라도 취할 것처럼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이런 호들갑은 1면에 그치지 않습니다. 동아는 3면 <‘핵을 쥔 지도자’ 안위 불투명… 무력통제권 변화땐 안보 초긴장>에서 마치 한반도에 무슨 급변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위기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동아는 “특히 김정은 체제에서 고도화된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에 대한 통제권은 동북아 안보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이슈인 만큼 김 위원장이 이전에 잠적했을 때와 달리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체제 변화로 인한 후폭풍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관련 망신 보도 대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언론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만 오늘(2일) 조선일보도 동아일보와 ‘망신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2일) 조선일보 1면 제목은 <김정은 잠적 20일… 트럼프 또다시 “괜찮길 바란다”>입니다. 조선일보는 “탈북자 출신인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 당선자는 1일 ‘김정은이 지난주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99%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만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NSB) 추궈정(邱國正) 국장은 입법원(국회) 보고에서 김정은이 ‘아프다(有病)’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7일 <난무하는 ‘김정은 신변 이상說’ 추측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라는 사설에서 “미확인 정보에 휘둘리거나 추측하지 말고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는데 여전히 본인들이 제대로 실천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2일) 1면 외에도 <트럼프, 허풍인가 뭔가 알고있나… 北은 입 꾹 닫아>(5면) <폼페이오 “만일의 사태 대비” 지성호 “김정은 사망 확신”>(5면)과 같은 ‘미확인 정보’에 휘둘리거나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지난 20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아 갖가지 억측과 소문을 자아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월 7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건설현장 시찰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뉴시스>

‘추측성 보도 자제하자’던 조선일보도 … 여전히 ‘미확인 정보’에 휘둘리는 중

저는 조선일보를 비롯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탈북자 출신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 당선자와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도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체 얼마나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동안 ‘김정은 신변 이상설’을 제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오늘(2일) 시점으로 자신들이 주장한 내용이 ‘거짓’ 혹은 ‘오판’으로 판명 났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온당한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성호 비례 당선자는 ‘김정은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100%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잘못된 정보와 주장’으로 혼선을 빚은 데 대해 공개 사과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 아닐까요. 

오늘(2일) 뉴스1의 기사 제목이 <‘99% 사망’ ‘김여정 승계’..호들갑 정치인들 이제 무슨 말할까>입니다. 저는 이 기사 제목을 지성호·태영호 당선자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습니다. 

한편 2일 조선중앙통신은 “주체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며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었다”고 보도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뉴스1 홈페이지 캡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혼선 빚게 한 ‘21대 당선자’들도 공개 사과해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준공식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석했으며, 박봉주·김덕훈·박태성 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등도 수행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지난달 11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처음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