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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변 이상설’ 차분히 대응하자는 조선[신문읽기] 보도할 팩트가 없다면 보도를 하지 않는 게 저널리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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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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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7  12:12:50
수정 2020.04.27  12: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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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북 최고지도자 신변을 둘러싼 루머는 종종 제기돼 왔다. 워낙 폐쇄 집단이라 사실 확인이 힘들고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곤 했다. 이번에도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지만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미확인 정보에 휘둘리거나 추측하지 말고 모든 종류의 비상사태를 염두에 두고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 

오늘(27일) 조선일보 사설 <난무하는 ‘김정은 신변 이상說’ 추측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 가운데 일부입니다. “미확인 정보에 휘둘리거나 추측하지 말자”는 조선일보 주장에 전폭 동의는 합니다만, 이 사설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차분히 대응하자’는 조선일보 사설 … 맞는 말이긴 한데 

지난 한 주 ‘미확인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추측성 보도’를 내놓은 곳 중의 하나가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가 지적한 것처럼 북한 특히 최고지도자 건강이나 신변과 관련해선 “사실 확인이 힘들고 소문이 확대 재생산” 되기 싶습니다. 언론이 관련 내용을 기사화 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차분히 대응하자’는 조선일보 사설 – 맞는 말이긴 한데요 이 주장을 조선일보가 하는 게 온당한가. 저는 이런 의문이 듭니다. 지난 22일부터 조선일보가 ‘김정은 위원장 신변 이상설’과 관련해 보도한 기사 제목만 대략 한번 살펴볼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北의 심장이 이상하다> (4월22일 1면)
<심장병도 3대 세습?… 김정은 몸은 ‘종합병동’> (4월22일 2면)
<당 제1부부장 꿰차고 더 세졌다… ‘김정은 중태설’에 주목받는 김여정> (4월22일 3면)
<北 아플때마다 불렀던 佛의료진, 혹시 이번에도?> (4월23일 8면)
<김정은 건강 관련 소문 난무… 北은 서신외교 활동만 보도> (4월24일 8면)
<[NEWS&VIEW] 보름째 說說說… 김정은 미스터리> (4월27일 1면)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뉴시스>

물론 예전에 비해 조선일보가 양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차분해진 측면은 있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신변에 이상이 있는 듯한 보도를 할 때에는 지면 배치 등에서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던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차분성을 보였다 해도 ‘미확인 정보에 휘둘리거나 추측성 보도를 자제하는’ 보도를 내놨느냐?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당장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김정은 자녀 3명 추정… 둘째가 딸인 것만 알려져>라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 기사 자체가 ‘미확인 정보에 휘둘린 그리고 추측성 보도로 점철된’ 기사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는 “현재까지 김정은의 자녀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 사이에서 3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에게 배다른 자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와 같은 ‘소문’을 전하면서도 “하지만 이 또한 확인된 얘기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등장한 ‘정보의 출처’는 대부분 익명의 취재원들입니다. 다른 걸 다 떠나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나 신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자녀 3명 추정… 둘째가 딸인 것만 알려져>와 같은 기사가 ‘꼭 필요한 기사인가’ - 이런 의문이 듭니다. 

익명의 취재원 등장시켜 ‘김정은 자녀’ 보도까지 했던 조선일보 

정부와 청와대는 일관되게 ‘북한에서 특이 동향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미국도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너무 많이 앞서가는’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 ‘너무 많이 앞서가는 보도’는 조금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추측성 보도’만 마구 쏟아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체 “김정은 위원장의 배다른 7살 아들 있다”는 확인되지도, 확인할 수도 없는 내용을 지면에 ‘떡 하니’ 게재하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근거도 미약한 ‘흥미 위주’의 보도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두겠다는 의도 외에는 다른 해석이 안 됩니다. 

최소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적어도 지난 21일 이후 북한 원산의 한 기차역에 정차해 있다”는 팩트 정도는 보도하면서 분석을 하든 해석을 하든 해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닐까요? 

‘38노스’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열차가 북한 지도자의 행방을 증명하거나 건강에 관해 어떤 것도 시사하진 않는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습니다. 

‘38노스’도 이렇게 신중한 보도를 하고 있는데 별다른 근거도 없이 조선일보는 <김정은 자녀 3명 추정… 둘째가 딸인 것만 알려져> <北 아플때마다 불렀던 佛의료진, 혹시 이번에도?>와 같은 추측성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난무하는 ‘김정은 신변 이상說’ 추측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라는 사설을 게재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는 “이런 관측이 사실인지 헛소문인지는 조만간 확인될 것이다 … 미확인 정보에 휘둘리거나 추측하지 말고 모든 종류의 비상사태를 염두에 두고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문장을 그대로 조선일보 측에 되돌려 주고 싶네요. 

‘쓸 기사가 없다면 쓰지 마시고, 보도할 팩트가 없다면 보도를 하지 않는 게’ 저널리즘의 기본입니다. 이 얘기는 조선일보만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모든 ‘언론인’들이 명심해야 할 원칙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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