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장모 기소가 ‘조국 수사’ 보복?

[신문읽기] 윤석열 총장 장모 불구속 기소 … 조선일보의 ‘이상한’ 기사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 정효삼)는 27일 은행 잔액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씨(74)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조국 수사’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보복이란 말이 나왔다.” 

조선일보가 지난 28일 보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사문서 위조 혐의 기소>(10면) 가운데 일부입니다. 조선일보 기사는 제가 봤을 때 좀 이상한 기사입니다. 기사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노는’ 데다가 맥락도 없이 ‘보복’ 운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장모 기소가 ‘조국 수사’ 보복? 애매모호한 조선일보 기사

이 기사가 주말에 실렸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저는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서는 ‘조국 수사’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보복이란 말이 나왔다”고 했는데 이 문장 자체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매할 뿐만 아니라 팩트인지 여부도 불분명합니다. 

일단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를 불구속 기소한 건 의정부지검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권 아래’ 있는 지검에서 윤 총장 장모를 기소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걸 두고 ‘보복’이라고 하는 걸까요? 이게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건 누구보다 조선일보가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총장 ‘산하’에 있는 의정부지검이 검찰의 ‘조국 수사’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불만을 품고 보복 차원에서 현직 검찰총장 장모를 불구속 기소했다는 논리인데 … 이건 논리 이전에 기본적으로 문장 자체가 성립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한 번 물어보시길. 이게 말이 되는 문장인지 말이죠. 

저는 조선일보가 이렇게 ‘단순 무식하게’ 기사를 썼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근거’가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잘 안 보입니다. 겨우(?) 찾은 게 다음 대목인데요 한번 보시죠. 

“윤 총장 인사청문회와 국감 등에서 수차례 제기됐으나 여권 인사들은 ‘문제없는 사건’이라며 윤 총장을 방어했다. 그러다 이달 초 MBC의 한 시사 프로그램이 윤 총장 장모 관련 의혹을 보도했고, 최씨와 관련된 다른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인사들이 진정과 고발을 제기해 검경이 수사해 왔다.”

그러니까 문장의 앞뒤 맥락만을 놓고 보면 조선일보 기사는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른바 ‘윤 총장 장모 사건’에 대해 과거 여권 인사들이 ‘문제없다’며 방어하다가 지금 태도가 바뀐 것, 그리고 MBC가 최근 관련 의혹을 보도한 것이 ‘보복’이라는 것. 

조선일보가 말하는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은 대체 뭘 말하는 건가 

하지만 이렇게 해석을 하면 기사 가치는 크게 떨어집니다. ‘여권 인사가 과거에 방어하다가 지금 태도가 바뀐 것과 MBC가 관련 의혹을 보도한 것’을 보복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걸 만약 ‘보복’이라고 주장한다면 동의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하네요. 

만약 여권 인사가 의정부지검과 MBC에 ‘압력’을 넣어 윤석열 총장 장모를 불구속 기소하게 만들고, MBC 시사프로그램에 개입했다면 그건 명백한 ‘보복’입니다. 그런데 그랬나요? 사실이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나름 근거가 있었다면 그걸 기사에서 제시했을 겁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그것도 난데없이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조국 수사’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보복이란 말이 나왔다”고 씁니다. 

조선일보가 언급한 ‘법조계’가 어떤 법조계인지 모르겠지만 ‘그 법조계’는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 팩트체크 하는 건 언론이 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법조계라는 ‘익명의 집단’ 뒤에 숨어서 전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조선일보 해당 기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이유입니다. 

고발뉴스를 통해 지적했지만 저는 “보도 가치가 없는 내용까지 시시콜콜히 보도했던 ‘조국 전 장관’ 때와 ‘윤석열 총장 장모 사건’ 때 보인 기성 언론의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관점 이전에 보도량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윤석열 사퇴’와 ‘조국 사퇴’…언론의 불균형)

그런데 보도량 뿐만 아니라 ‘관점이나 비판의 강도’에서도 기성 언론의 태도는 ‘조국 전 장관’ 때와 비교해 극과 극입니다.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선 근거도 불충분한 의혹을 가지고 ‘즉각적인 장관 퇴진’을 외쳤던 상당수 언론이 지금은 현직 검찰총장 장모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도 ‘조용’합니다. 사퇴를 요구하는 기성 언론 칼럼이나 사설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박록삼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지난 27일 칼럼 <‘윤석열 사퇴’가 필요한 이유>에서 “윤 총장의 용퇴”를 주장한 게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총장 용퇴가 아니라 ‘정치 보복’에 방점 찍는 조선일보

오늘(30일) 경향신문은 사설 <장모 늑장 기소·부인 무혐의, ‘윤석열 수사 방침’ 부합하나>에서 “2016년 서울남부지검은 (윤 총장 장모) 최씨로부터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진술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반인이라면 구속을 면키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명백히 잘못된 법 집행”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죠. 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은 여전히 ‘이런 의혹’에 대해선 모른 척입니다. 오늘 경향신문 사설 마지막 단락을 보고서도 기성 언론이 ‘침묵’을 이어간다면 이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밖에는 달리 생각이 안 됩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이번 기소도 사건배당 5개월 만에야 이뤄졌다. 게다가 이 사건에 연루된 의심을 받고 있는 윤 총장 부인은 불기소됐다 … 조사 한차례 없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늑장 기소에 무혐의 처리까지 났으니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4개월간 100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 조국 전 법무장관과 그 가족을 수사한 것과 너무나 비교가 된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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