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현 정부가 임명한 양승동 KBS 사장마저 ‘출연 패널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 그러나 이 프로의 방점이 ‘저널리즘’이 아니고 ‘쇼(show)’에 있어서 그런지 제작진은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다. 오히려 양 사장의 간담회 발언 내용을 전한 본지 보도에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했다. 놀라운 철면피가 아닐 수 없다.”
오늘(26일) 조선일보 38면에 실린 <[기자의 시각] 편파방송에 준 정부 표창> 가운데 일부입니다. 구본우 문화부 기자가 썼습니다. 구본우 기자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저는 ‘이 칼럼’을 읽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양승동 사장의 발언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는데도 ‘그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고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 기자는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향해 ‘놀라운 철면피가 아닐 수 없다’고 했는데 저는 이 말을 구 기자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더군요.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양승동 KBS사장의 ‘저리톡’ 발언 … 조선일보는 ‘취지’를 제대로 살려 보도했나
구 기자는 과거 기사와 오늘 칼럼에서 ‘거의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일단 오늘 칼럼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지난 2일 KBS가 마련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출연하는) 멤버 구성부터가 약간 자기들끼리 한다.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도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양 사장은 ‘대부분 동의한다’면서, ‘(제작진에게) 균형감각을 수시로 주문하고 있다. 다른 시각으로 얘기하는 패널이 있어야 이 프로그램이 구성적으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프로그램이 설득력을 높이고 공감을 받으려면 패널이 일방적으로 구성되어선 곤란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구 기자는 양승동 사장의 발언을 근거로 ‘저리톡’에 대한 편향성을 KBS 사장도 인정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이를 지적한 조선일보에 정정·반론을 청구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사실 조선일보의 ‘양승동 사장 발언’이 취지와 맥락을 고려해 제대로 전달했는지를 두고선 보도 직후부터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양승동 사장이 답한 취지와 맥락을 무시한 채 조선일보가 무리하게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당시 양승동 사장의 발언과 관련한 부분을 보도했는데요 해당 기사를 일부 인용합니다.
“양승동 사장은 ‘말씀하신 것에 대부분 동의를 한다. 계속 균형감각을 제작진과 데스크에 수시로 주문을 하고 있고, 패널이 좀 다른 얘기와 시각으로 있어야 프로가 구성적으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초기에는 KBS 비판한 교수도 나오고, 모 신문 위원도 출연해서 섭외도 잘했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잘 안 나오려고 한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계속해서 노력하고, 프로그램을 위해서 설득력을 높이고 공감을 받기 위해선 패널 일방적으로 구성되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저리톡 제작진이 그런 방향으로 지혜를 모으고, 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했다.”
구본우 기자가 보도한 당시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양승동 “저널리즘 토크쇼 J, 패널 일방적으로 구성됐다”>입니다. 제목만 보면 양승동 사장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편향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미디어오늘이 전한 양승동 사장 전체 발언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요? 만약 제 후배가 양 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조선일보처럼 제목을 뽑고 기사를 썼다면’ ‘출고 불가’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당시 미디어오늘도 지적했지만 양승동 사장의 발언은 “현재 (저널리즘 토크쇼J) 패널 구성이 어느 한쪽 일방으로 구성돼 있다기보다 다른 시각의 의견을 듣고 균형을 찾기 위해서라도 보수적인 인사에 대한 섭외에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비판은 ‘모른 척’으로 일관 … ‘동어반복’이 주특기인가
실제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패널이 일방적으로 구성돼 문제가 있다’가 아니라 ‘다른 패널을 출연시키려고 하지만 잘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작진이 계속해서 패널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로 보는 게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조선일보처럼 양승동 사장이 “저널리즘 토크쇼 J, 패널 일방적으로 구성됐다”고 편파성을 인정한 것처럼 해석하는 게 ‘무리수’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해석’이 아니라 ‘팩트’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26일) 기자수첩에선 ‘조선일보식 무리한 해석에 대한 비판’이 나왔음에도 과거 자신이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양승동 사장 발언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칼럼을 쓰고자 했다면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을 비롯해 미디어오늘 등이 지적한 조선일보 기사의 문제점에 대해 반론 또는 해명하는 게 기본 아닌가요?
구본우 기자는 “KBS 시청자상담실과 게시판, 포털에는 이 프로의 친(親)정부 편향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른다”고 썼는데,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건 구태의연하다는 생각 혹시 안해 봤는지요? 비슷한 방법으로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호평하는 여론기사 역시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KBS에 ‘다양한 여론 수렴’을 지적하기 전에 본인들에게 제기된 비판에 대해 해명부터 하는 게 순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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