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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과문’이라 쓰고 ‘민주노총 비난’이라 읽는다[신문읽기] 노조 있는 조선일보는 경쟁력 유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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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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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9  12:16:04
수정 2019.12.19  12: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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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 대신 투쟁과 폭력이 지배하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서 '노조 있는 삼성'이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 삼성전자에서도 강성 노조가 출현해 조합원들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작업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늘(19일)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 <삼성에도 민노총 들어서면 세계 1등 유지되겠나> 가운데 일부입니다.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32명 중 26명이 유죄 선고를 받고,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7명이 법정 구속됐습니다. 삼성이 어제(18일) 이와 관련해 아주 ‘짧은’ 사과문을 냈는데 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 삼성이 18일 발표한 짧은 분량의 사과문.

삼성 ‘사과문’에서도 민주노총 비난으로 연결시키는 조선일보의 창조적 해법 

저는 오늘(19일) 조선일보 사과문을 ‘삼성 사과문’으로 쓰고 ‘민주노총 비난’이라 읽는다 –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어제(18일) 발표된 ‘삼성 사과문’은 노조 와해 1심 법원 판결에서 확인된 삼성 임원들 ‘죄의 무거움’을 감안하면 양적인 면에서도 내용적으로나 매우 미흡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성의도 없고 진정성도 상당히 부족한 형식적인 사과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미흡한 삼성 사과문’을 질타하는 기사나 칼럼, 사설을 내놓는 게 온당한 태도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오늘 발행된 상당수 전국단위종합일간지는 물론이고 대다수 경제지들은 ‘삼성 사과’나 ‘무노조 경영 포기’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사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지적했지만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근로자(필자-노동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조선일보)의 당연한 권리인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무력화했다면 경영 활동과 거리가 먼 노동 탄압이자 불법”입니다. 

세계적인 기업을 지향한다는 삼성이 이런 일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저지른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얘기죠. 

이런 부끄러운 일로 삼성 임원이 법정 구속됐으면 좀 더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내놓는 게 글로벌 기업에 어울리는 태도 아닐까요. 요즘 초등학생들 사과문도 이렇게는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오늘(19일) 한겨레 사설 정도는 게재하는 게 상식적인 언론의 태도라는 얘기입니다. 일부 내용 인용합니다. 

“유럽에서 노동조합을 합법화한 게 100년도 훨씬 지난 일인데, 글로벌 기업 삼성이 이제야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을 되돌아보겠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안이하기 짝이 없고,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과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곤 삼성을 향해 이렇게 질타했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한겨레 사설 인용합니다. 

“삼성은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을 당장 중단하고 ‘노조 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파괴 공작의 대상이었던 노조원들에게 사과하고, 노조를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궁극적으로는 회사에도 유익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룹 최고 경영진이 직접 반성의 뜻과 함께, 시스템 개선책을 내놓고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사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 17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삼성 사과문’에는 노조에 대한 사과도 없고 개선책 마련에 대한 의지도 없다

어제(18일) ‘삼성의 사과문’은 짧은 분량도 문제지만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도 없었고,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정도 되는 사안이라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삼성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진정성과 의지를 모두 의심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삼성이 그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언론이라도 중심을 잡고 삼성을 비판하는 게 온당한 태도죠. 하지만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삼성을 향한 애정’이 충만합니다. 심지어 조선일보처럼 ‘삼성 비판’이 아니라 ‘때려잡자 민주노총’ 성격의 사설을 게재하는 희한한 일마저 벌어집니다. 

그런데 저는 조선일보에게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더군요. 조선일보에도 노조가 있는데 과연 경쟁력 유지가 가능할까 – 하는 질문 말이죠. 미디어오늘이 지난 7월26일 보도한 기사 제목이 <조선일보 기자들 “임금 때문에 이직 생각한 적 있다”>인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해당 기사 캡처>

“조선일보 노조가 2019년도 임금협상과 관련 지난 12~17일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익명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7명 가운데 85명(79.4%)이 임금 때문에 이직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노조 조합원은 총 213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받고 있는 임금에 만족합니까’라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응답을 한 조합원은 4.7%에 불과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조합원이 23.4%였고 ‘불만족’이 50.5%, ‘매우 불만족’이 21.5%였다.” 

조선일보는 “합리성 대신 투쟁과 폭력이 지배하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서 ‘노조 있는 삼성’이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는데, 이 대목을 이렇게 되돌려 주고 싶군요. 

“합리성 대신 투쟁과 폭력이 지배하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서 ‘노조 있는 조선일보’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노조에 대한 조선일보의 부정적 인식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노조 비난’도 최소한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합니다. 아무 때나 ‘노조 운운’ 하게 되면 오히려 역풍 맞는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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