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kbs라디오 8시 시사대담에 인터뷰를 했습니다. 6년 만에 그 프로에 출연하는 것이라서 당에서 kbs수신료 거부 운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한 것인데 대본에도 없는 것을 기습 질문을 하는 것 까지는 받아 줄 수 있으나 김경수 지사 재판을 옹호하면서 무죄 판결 받은 내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 이였습니다.
그러니 kbs가 국민 방송이 아니라 좌파 선전매체에 불과 하다는 거지요. 그런 방송에 우리 국민들이 수신료를 낼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저도 수신료 거부 운동에 이미 동참한 것입니다. 앞으로 한번 봅시다. 좌파매체들이 계속 갑질 방송을 할수 있는지.”
특유의 오만함의 발로일까, 아니면 ‘TV 홍카콜라’를 통해 자신이 유포하는 ‘가짜뉴스’에 중독된 탓일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라디오 인터뷰 중 전화를 끊어 버리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위는 홍 전 대표가 3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인터뷰 거부 이유다.
홍 전 대표는 이날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 도중 “나도 됐어요. 앞으로 이런 인터뷰는 안 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할당된 인터뷰 시간을 거의 채웠다고는 하지만 라디오 인터뷰 출연자가 이런 방식으로 인터뷰를 거부한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인터뷰 내용은 어땠을까.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The-K타워 그랜드홀에서 열린 자서전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에서 축하공연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배현진 전 대변인, 홍 전 대표, 부인 이순삼 여사. <사진제공=뉴시스>
오만으로 얼룩진 홍준표의 인터뷰 내용
“비대위 체제 만든 사람이 아니고 지난 6월에 광역단체장 6석을 해도 내가 사퇴하고 9월에 다시 전대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거는 공천권이 없는 당대표는 국회의원 지위를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작년 6월에 정상적으로 광역단체장 6석을 해서 약속을 지켰더라도 사퇴를 하고 9월에 전당대회를 새로 하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난 6월에 지방선거는 위장평화쇼로 지방선거를 치렀죠. 말하자면 김정은, 문 대통령, 트럼프가 합작을 해서 북핵 폐기로 해서 곧 남북 통일이 되고 평화가 온다고 국민들이 들떠 있었으니까 우리가 이길 방법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 결정이 지금 옳았다고 보십니까? 국민들의 결정이?”
인터뷰 중반 이후부터 분위기가 위태위태했다. 홍 전 대표는 진행자가 “지금 비대위 체제잖아요, 자유한국당이. 그런데 이 비대위 체제를 만든 사람이 홍준표 전 대표님 아닙니까?”라고 묻자 “어떻게 전화로 불러내 시비 걸려고 그러는데”라고 맞받아 쳤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뉴스타파> 출신인 김경래 탐사보도 전문기자를 향해 “꼭 하시는 짓이 탐사보도할 때 그 방향으로 지금 하고 있다”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홍 전 대표의 동문서답은 계속됐다. “지방선거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진행자에게 홍 전 대표는 “그 사람들한테 속은 거죠, 속은 거죠. 그때 KBS도 똑같죠. KBS도 그때 마치 통일이 올 듯이. 지금도 KBS 또 작성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진행자가 “오해신 것 같다”고 반박하자 “오해가 아니고 그렇게 하니까 지금 야당하고 국민들이 수신료 거부하자고 거부 투쟁에 나선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까?”라며 KBS 비판으로 화살을 돌렸다. 이어서는 사전 질문지와 질문이 다르다며 꼬투리를 잡았다.
“궁금해하는 게 아니라 지금 물으시는 분이 지금 미리 준 내용하고는 전혀 없는 내용을 묻고 있잖아요.” (홍준표)
“미리 드린 내용에 이게 없었어요?” (김경래)
“없죠. 나는 그러면 묻는 분의 의도대로 내가 그러면 고분고분하게 답을 해야 합니까? 그건 아니죠.” (홍준표)
“그 말씀이 아니라 이건 다들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에요. 그러니까 비대위 체제라는 게 홍준표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김경래)
“그거는 내가 이야기를 다시 했지 않습니까?” (홍준표)
“어쨌든 그래서 안 나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경래)
“지난 6월에도 나가는 명분을 말씀드렸고 이건 뭘 아침에 나오라고 해서 미리 질문지 줘놓고 질문지하고 상관없이 꼭 탐사보도할 때처럼 그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려고 하는 이 인터뷰는 내가 이거 그만합시다. 내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어요.” (홍준표)
“청취자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라는 진행자의 강조에도 아랑곳없었다. 이날 홍 전 대표가 온전히 대답한 내용은 김경수 전 지사의 판결과 홍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당권 도전를 선언한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평가가 전부였다. 그 대신 탐사보도 전문가인 진행자에 대한 비판, 자유한국당이 수신료 거부를 선언한 KBS에 대한 평가, 사전 질문지와 실제 질문이 다르다는 비판 등으로 일관하던 홍 전 대표는 급기야 아래와 같은 멘트 이후 인터뷰를 거부해 버렸다.
“내가 이런 인터뷰 처음에는 이래 하려고 했는데 나오자마자 이런 식으로 베베 꼬아서 하는 인터뷰 그만합시다.”
“나 인터뷰 안 해도 돼요. 내가 대답 안 할게요.”
“질문하는 게 왜 20가지나 됩니까? 지금 앉아서 질문하는 게 준 게 몇 가지인가 준 게 10가지 아닙니까?”
“써준 대로 안 할 바에는 미리 왜 줍니까?”
“나도 됐어요. 앞으로 이런 인터뷰는 안 합니다.”
“kbs 수신료까지 거론하는 것은 비겁합니다”
“오늘 김경래의 최강시사 라디오를 하면서 홍준표 전 대표를 연결했습니다. 여러가지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화를 내고 결국 전화를 끊더군요. 여기저기 기사가 나고 있는데 홍준표 의원의 페이스북만 인용이 되는 것 같아서 오해의 소지를 덜기 위해 글을 올려 봅니다.”
이날 페이스북에 “김경수 지사 재판을 옹호 하면서 무죄 판결 받은 내 사건을 거론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밝힌 홍 전 대표에 이어 진행자인 김경래 기자 역시 페이스북에 인터뷰 배경에 관한 글을 적었다. 김 기자는 홍 전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김경수 지사와 관련된 답변은 “깔끔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이미지 출처=KBS 홈페이지 캡처>
“이제 전당대회로 넘어가서 황교안 전 총리를 좀 비판할 기회를 주고, 본인도 지금의 비대위 체제에 책임이 있는데 또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물었습니다. 여기서부터 홍 전 대표는 폭주를 시작했죠.
누구나 인터뷰를 거부할 수 있고, 수틀리면 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어느 정도의 그릇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전에 고지된 질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질문지대로 질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실제 온에어에서는 흐름대로 가는 거죠.
더구나 본인이 화가 났다고 (사실 잘 납득이 안갑니다. 화를 낼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의심도 듭니다) kbs 수신료까지 거론하는 것은 비겁합니다.”
‘이러려면 인터뷰는 왜 응했나’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터뷰를 듣고 또 들어도 진행자나 방송 측이 무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볼 정황은, 없다. 김경수 지사 관련 질문 역시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던 홍 전 대표의 의견을 충분히 물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황 전 총리에 대한 질문 역시 타당해 보인다. 도대체 홍 전 대표는 어느 대목에서 ‘폭주’를 해야 했단 말인가.
결국 답은 홍 전 대표 본인에게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툭하면 ‘좌파매체’, ‘가짜뉴스’를 언급하며 언론을 공격하는 홍 전 대표 본인의 언론관 말이다. 이래서 중독이 무서운 법이다. 이런 식이라면 홍 전 대표는 앞으로 언론 인터뷰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어떨는지. 더군다나 홍 전 대표는 ‘TV 홍카콜라’라는 든든한 매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무려 MBC 뉴스데스크 최장수 앵커 출신인 배현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 대변인이 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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