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 개념’ 없애야 한다던 홍석현…근데 중앙일보는?

[신문읽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중앙일보 사설을 어떻게 평가할까

“어제(15일) 국방부가 발표한 ‘2018 국방백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백서에서 ‘북한군=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 백서는 북한 핵 위협에 대해서도 얼버무렸다 … 이런 자세의 국방부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결연히 대비할지는 의문이다.” 

오늘자(16일) 중앙일보 사설 <드디어 ‘북한군=주적’을 삭제한 우리 국방백서>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그동안 중앙일보는 적어도 대북 문제에 있어 조선·동아일보와 구분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그 차별성도 약화 되는 것 같습니다. ‘우향우 행보’가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대선 TV토론 때 후보들 사이에서 ‘주적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앙일보는 <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敵)이다>라는 사설에서 ‘북한 주적’ 입장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양면성’과 무분별한 색깔론 경계했던 중앙일보, 지금은? 

“북한 정권이 우리의 직접적인 위협이지만 협상 대상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북한은 우리의 적대 세력이기도 하지만 대화의 대상이기도 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 따라서 대선후보들은 이런 북한의 양면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 다른 후보들이 정치 장사를 위해 무리하게 윽박지르는 것도 문제다. 그런 색깔론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갈 수 있다.” 

중앙일보는 당시 ‘북한=주적’이라고 하지 않으면 ‘빨갱이’로 규정하고 색깔론으로 덧칠하던 상황에서 ‘북한의 양면성’과 ‘무분별한 색깔론’에 대한 경계를 주문했습니다. 적어도 중앙일보는 당시까지만 해도 대북문제에 있어 조선·동아일보와는 ‘결’과 ‘궤’가 달랐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들어서고 있는 지금, 중앙일보는 오히려 2017년보다 ‘퇴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중앙일보는 국방부가 발표한 ‘2018 국방백서’에 대해 오늘(16일) 사설에서 “북한 핵능력을 의도적으로 축소”한다고 비난하더니 “이런 자세의 국방부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결연히 대비할지는 의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중앙은 ‘2018 국방백서’에서 ‘일본-중국’의 기존 서술 순서를 뒤바꾼 것도 문제 삼았는데요. “아무리 양국 사이에 역사 마찰이 있어도 안보 차원에선 일본이 우방”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와 관련해 먼저 ‘기본가치 공유’ 표현을 삭제한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일본은 삭제해도 되고 우리는 안 된다는 걸까요? 중앙일보의 ‘우향우’가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 우리 군의 국방정책 현주소를 보여주는 '2018 국방백서'가 15일 발간됐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정책을 홍보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군사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8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 우리 군의 국방정책 현주소를 보여주는 '2018 국방백서'가 15일 발간됐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정책을 홍보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군사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8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2002년 ‘주적 개념’ 없애야 한다고 했던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 

저는 오늘자(16일) 중앙일보 사설을 보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평가를 할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 전, 정확히 말하면 중앙일보 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02년 홍석현 회장은 ‘주적 개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분입니다. 

물론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그는 대북 문제에 있어 매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적개념은 없애야 한다고 본다. 물론 남북 간의 체제경쟁이 남한의 승리로 끝났고 우리가 수사적인 표현에서 양보를 해도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전제로 했을 때의 얘기다. 98년 방북했을 때 내 눈으로 본 것은 게임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이 죽으면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전쟁수행 능력 정도의 국력밖에 없다고 느꼈다. 국가보안법도 폐지하는 대신 형법에 필요한 부분을 넣으면 된다. 같은 맥락에서 튼튼한 안보를 전제로 할 때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면 군사용으로 쓰인다는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미디어오늘 2002년 5월14일 ‘세계신문협회 회장 취임하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 홍석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사진제공=뉴시스>
▲ 홍석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사진제공=뉴시스>

당시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홍석현 회장은 “남북문제는 우리가 김대중 정권 이전인 95년부터 일관되게 고민과 연구를 해왔다. 김영삼 정권 초기에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햇볕정책을 펴다 180도 돌아섰을 때도, 김대중 정권이 날 잡아넣었어도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사설에 쓴 신문”이라며 조선·동아와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중앙일보가 지금은 어떤가요? 2002년 인터뷰를 하면서 홍석현 회장은 “개인적으로 남북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대북지원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 중앙은 남북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조를 펴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북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논조’를 잘 펴나가고 있다고 보는지요. 참고로 중앙일보는 오늘(16일) 사설에서 “이번 백서는 우리 군의 주적관을 애매모호하게 흐려놓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홍석현 회장이 오늘자 중앙일보 사설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한 이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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