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진상규명 국민 열망 짓밟는 반사회적 행위”…안종범도 형사고발
정석영 TV조선 부국장을 비롯한 조선 미디어그룹 관계자들이 국정농단 사태 관련 취재 방해혐의로 피소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실무진(박석운, 박진, 안진걸)은 3일, 조선 미디어그룹 관계자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등을 국정농단 사태 당시 TV조선 취재팀의 취재‧보도행위를 불법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 <뉴스타파>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TV조선 보도국의 한 간부(정석영 부국장)가 미르재단 사무총장인 이성한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며 사실상 자사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자사 기자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의 결정적 증거인 이성한의 녹음파일을 입수하기 위해 애쓰는 사이 정석영 부국장은 오히려 이성한과 안종범 사이에서 메신저 노릇을 하며 녹음파일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
고발인들은 고발장에서 “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온 국민의 열망을 짓밟는 반사회적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언론의 기본적인 소명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진실 보도 의무를 저버린 중대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형사적으로도 업무방해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크다”고 했다.
동시에 “박근혜 청와대와 안종범 전 정책수석 등이 TV조선 특별취재팀의 취재와 보도를 방해하고, 나아가 TV조선 특별취재팀에 공익적으로 내부제보를 하던 이들의 입을 막으려 했던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범죄의 공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지난달 27일 <시사저널>은 정 부국장과 이성한과의 관계에 대해 한 전직 TV조선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정 부국장이 대구·경북(TK) 지역 유력인사 모임인 아너스클럽에서 안 전 수석을 만났으며, 안 전 수석을 통해 이 전 총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너스클럽은 박근혜 정권 실세들의 사교모임으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임환수 전 국세청장 등이 멤버로 활동했다.
TV조선은 지난 2016년 7월26일 미르‧K스포츠재단 기사로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을 열었지만 이후 적극적인 후속 보도가 이어지지 않아 외압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진동 당시 TV조선 기획취재부장은 자신의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에서 정석영 부국장(당시 경제부장)과의 일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 본부장이 급히 찾아 본부장실로 갔더니 경제부장이 함께 앉아 있었다.(중략) 자리에 앉자 대뜸 본부장 주용중은 ‘미르재단에서 행사 협찬을 받기로 한 걸 알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이진동)는 ‘처음 듣는 얘기다’고 대답했다. 내가 들어가기 전 아마도 경제부장(정석영)이 ‘미르재단에서 협찬받기로 돼 있는데 이 기사가 나가면 곤란할 것 같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짐작됐다. (중략) 나(이진동)는 ‘그거 큰일납니다. 기업에서 뇌물로 받은 돈을 우리가 협찬받는 상황이 될 겁니다’하고 발끈했다. 경제부장은 ‘전경련이 합법적으로 돈을 거둬 아무 문제가 없는데 뭐가 뇌물이냐’고 따졌다. 본부장이 잠자코 있는 동안 나와 경제부장 간에 설전이 오갔다.(중략) |
고발인들은 또한 2016년 7월26일 TV조선에 미르재단 관련 첫 기사가 보도된 직후, 당시 안종범 정책수석과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 간 통화내용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주용중 본부장은 지난달 18일 <미디어오늘>에 “이진동 부장 책에 다 나와 있고 그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하면 정석영 부국장은 <뉴스타파>에 자신은 “기자로서 어긋나게 살아온 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