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의를 밝힌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와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오르고 있다.이석수 감찰관은 우병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특별감찰관실을 압수수색하자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오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미르‧K스포츠 재단 내사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야권 관계자는 “이 특별감찰관이 지난달 29일 사표를 냈지만,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수리하지 않아 기관 증인으로 채택 됐다”며 “그가 각종 의혹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떳떳하게 밝히겠다는 뜻을 주변 인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감 이전에 사표를 수리할 경우 이 특별감찰관은 기관 증인에 해당되지 않아 국감 출석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야권의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감 증언을 못하도록 꼼수를 부린다면 여론의 비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물 가운데 처음 비위 첩보를 인지한 사건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이었다.

특별감찰관실은 최초 언론 보도가 이뤄진 7월보다 앞선 4~5월부터 관심을 가졌다. 7월 18일 TV조선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을 배후로 지목하며 의혹을 제기하자 특별감찰관실은 몇몇 기업을 찾아가 출연 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다.

그러나 이 특감은 활동기간이 1개월인 감찰로는 이같이 중대한 사안을 제대로 조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감찰 착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 쪽에서도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특별히 견제하지 않았으나 이 특감이 8월 18일 우병우 수석 관련 의혹을 수사의뢰 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앞서 이 특감은 지난 7월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특감이 예상외로 자기 역할을 하려고 하다보니 청와대에서 찍힌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정권 실세인 우 수석까지 감찰을 하니 ‘우리 사람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고 노컷뉴스는 보도했다.

결국 청와대는 MBC의 ‘감찰 누설 의혹’ 보도를 계기로 감정적 공세를 시작했다.

특별감찰관제는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부패‧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후 직접 만든 제도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수 특감이 제 역할을 하자 대통령 스스로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이석수 특감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사(79학번)에게 고마운 만큼 이석수 특감(81학번)에게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살아있는 권력의 압박에 맞서 원칙을 지키는 법률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죽은 권력은 물어뜯고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꼬랑지 흔드는 ‘하이예나 검사’들을 무색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 선배, 후배 법률가와 로스쿨 학생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댓글 사건 수사로 거듭 좌천되고 있는 윤석열 검사와 함께 칭찬했다.

SNS에서는 “성역없는 사정 박수를 보냅니다”, “이 나라에서 소신을 가지면 찍힌다”, “국기문란은 딴 데 있었어”, “남의 나라 얘기였으면 좋겠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디 삼류 막장 드라마 주인공이라는 추문에 기가 막히네”, “정권의 민낯이 부전자전이네”, “한마디로 이석수가 너무 잘해서 문제였구만. 뭐하러 감찰관은 만들었나, 역시나 이따위로 운영할 거면서”, “대한민국이 조선‧고려보다 못한 왕정시대로 회귀했네”, 

“이석수 이 양반 패기 쩌네, 요즘 보기드문 호걸이다”, “결국 이거네, 특별감찰관 임명할 때 박근혜 측근의 부정부패 사건을 잘 덮어줄 사람을 뽑은 줄 알았는데 자신의 책무를 다하니 박근혜는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부정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인가?”,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가 만든 거고, 그런 일 하는 자리인데, 정작 조사가 시작되니 ‘화들짝’? 그래서 조사가 깊어지자 확 내쳐버렸군요. 대체 특별감찰관을 뭐라 생각하고 만든 건지?”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 윤석열 검사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