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했다가 직을 내려놓은 대통령 직속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최순실 게이트’, 즉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석수 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국기문란’ 공격은 우병우가 아닌 ‘권력실세 1위’로 거론되고 있는 최순실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위치한 재단법인 미르 Ⓒ go발뉴스

22일 <한겨레>에 따르면, 특감 관계자는 “‘미르’와 ‘K스포츠’ 설립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과 기업체들에 출연을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비위 첩보가 입수돼 지난 7월 내사를 진행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7월18일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 땅을 넥슨코리아가 매입한 사실을 보도했다. 또 27일에는 <TV조선>이 미르재단이 삼성, 현대 등 16개 그룹으로부터 두 달 만에 486억 원을 모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석수 감찰관이 우병우 수석과 별도로 미르재단과 연관된 안종범 수석에 대한 감찰에 들어간 것은 <TV조선> 보도 직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달 19일 청와대가 이석수 특감의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국기문란’이라며 맹공을 펼친 데 대해 “그것은 단순히 통화한 사실 자체나 우병우 수석을 감찰한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감이 건드려서는 안 될 것,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 재단을 내사한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극도의 당혹감과 불쾌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이미지출처=주진우 기자 페이스북>

<한겨레>는 “두 수석 가운데서도 청와대가 진짜 아파한 손가락은 우병우가 아니라 안종범 수석이었다”며 “우 수석은 개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안 수석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는 중대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로서는 우병우 수석의 비위 보도가 고마웠을 수 있다”며 “미르재단에 쏟아질 수 있는 여론의 관심이 우병우 수석 쪽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권력형 비리’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한겨레>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찰관이 하는 일을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원래 특별감찰은 착수라든가 진행과정을 공개할 수 없게 돼 있다. 우리가 어떻게 감찰내용을 알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