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들 “비닐봉지로 소변 해결…60여개 해고조항에 몸아파도 말못해”
서울 사당역과 수원역을 오가는 7770번 노선을 비롯해 777번, 7780번, 7800번 등 경진여객의 일부 버스 기사들이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은 △하루 18시간 이상 근무 △짧은 배차 간격으로 인한 휴식•식사시간 부족 △휴식•식사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과속운행•신호위반, 이에 따른 시민의 안전 위협 △60개에 이르는 해고 조항으로 인한 소통 불가능 구조이다.
하루 18시간에서 20시간의 과도한 근무에 시달린다고 이들은 말한다. 경진여객 버스 기사들의 ‘배차일지’를 보면 새벽 5시에 출근해 밤 12시를 넘어 퇴근하는 상황이 드러난다.
짧은 배차 간격으로 인해 휴식 시간과 식사 시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수원역에서 사당역까지 운행하는 7770번 노선의 왕복 거리는 약 55km다. 이 거리에 주어지는 시간은 평균 1시간 40분에서 2시간. 교통 체증과 정거장 정차 시간을 감안하면 쉬는 시간의 거의 없다는 버스 기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시간을 맞추느라 연속해서 2~3번의 왕복 운행을 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차고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수원역에 잠깐 차를 세웠다가 바로 출발하는 등 때로는 화장실을 갈 시간도 없다는 비판이다.
박요상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경진여객 지부장은 “하루 18시간에서 20시간 운전을 하고 있다”며 “하루 8~9번의 운행을 하는데,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의 운행에 평균 1시간 40분에서 2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으로는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그래서 일부 경진여객 버스 기사들은 검은색 봉지를 들고 다닌다”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몇 번의 운행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때로는 비닐봉지에 소변을 볼 정도다”고 말했다.
식사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분~20분 안에 식사를 마쳐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다.
물론 점심•저녁 시간 때 배차 간격은 20분~40분 정도 더 주어지지만, 이 시간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경진여객 7770번 기사 김일석(가명)씨는 “식사 시간이 촉박해 15~20분 안에 밥을 먹어야 한다”며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 시간이 보통 4시정도인데, 이후 밤 10~11시 운행까지 밥을 먹을 시간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과도한 업무로 만성 피로에 시달려, 피로회복제를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도한 업무와 빠듯한 배차 간격 속에 조금이라도 더 쉬고, 여유있게 식사를 하려고 기사들이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씨는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며 “조금이라도 더 쉬고, 조금이라도 천천히 밥을 먹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승객이 버스에 천천히 승차해 신호를 놓치게 되면 쉬는 시간 몇 분이 날아갔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속으로 승객을 미워하게 되고, 다음 신호는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과속 운전, 신호 위반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원’, ‘더블’ 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 됐다. ‘지원’이란 하루 운행을 마친 기사가 다음날 오전 2타임의 운행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블’ 제도란 근무 다음날에도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을 말한다.
즉, 18시간 이상 일하고 다음날 쉬어야 하는데, '더블'을 하면 다음날을안 쉬고 똑같이 운행하게 된다. 문제는 3번째 날은 원래 근무 날이기 때문에 결국 연속 3일을 18시간 이상 운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경진여객 버스 기사들은 격일제로 근무하고 있다. 하루 18시간~20시간을 일하면 다음날은 쉰다.
이들은 회사측이 쉬는날 새벽 2타임 ‘지원’ 운행을 요청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버스 기사들은 이같은 요청에 따라 18시간 이상 근무하고 몇 시간 못자고 나와 새벽 2타임을 운행해야 하는데, 이때가 사고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더블’의 경우 연속 3일을 18시간 이상 운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과도한 운전에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경진여객의 열악한 근무 형태에도 기사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이유는 ‘60여개에 이르는 해고 조항’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박 지부장은 “60개의 해고 조항 때문에 버스 기사들은 말도 못하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이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0개의 징계 조항보다 해고 조항이 더 많을 정도”라고 비꼬았다.
해고 조항 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28조 ‘운전자의 과실로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중대교통사고를 야기하였을 경우’다. 28조 가항의 내용은 ‘피해액 700만원 이상의 교통사고를 야기한 경우(피해액은 대인, 대물피해액의 합산금액으로 하며, 대물피해액은 자차를 포함한다)’이다.
버스 기사가 아무리 안전 운행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잘못에 따라 자차 대물피해액이 700만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경진여객 기사들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항에 따라 누구든지 해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사들이 인지하고 있어서 회사에 문제제기를 못한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기사들이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도 해고 조항 때문에 말을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해고조항 19조의 내용은 ‘업무외의 신체 또는 정신상의 질병으로 이하여 직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인정된 경우 (2010.3.2. 개정)’, 20조는 ‘취업으로 병세가 악화되거나 다른 종업원에게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2010.3.2. 개정)’, 21조는 ‘정기 또는 임시 건강진단 결과 취업 부적격자로 인정되는 경우(2010.3.2. 개정)’이다.
해고 조항에 따라 노조 활동도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고조항 9조는 “허가 없이 회사 또는 부속 시설 내에서 집회, 연설, 기금 모집, 현수막 등의 게시, 각종 인쇄물 등의 배포, 회람 등 이와 유사한 행위 및 정치활동, 종교활동을 한 경우(2010.3.2. 개정)”를 못박고 있다.
60조 ‘운행 중 휴대용 전화를 사용하여 3회 이상 적발된 경우(2010.3.2. 개정)’ 조항도 정해진 기한이 없기 때문에 버스 기사들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진여객 사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버스 운전을 하는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에서도 실질적으로 버스 운전대에서 운전을 하는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보고 있다”며 “이렇게 파악한다면 하루 근무 시간이 12시간에서 14시간이다”고 말했다. 이어 “격일제 근무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쉰다. 이를 (둘로 나눠) 일일 근무 시간으로 파악한다면 8시간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12시간에서 14시간 일하지만, 노사 합의에 따라 17시간 일한 것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식 시간이 부족하다. 식사 시간이 없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와서 보면 안다. 버스 차고에 대기 중인 차들이 많다. 휴식차량이다. 시간이 없어서 차를 대게 하겠나.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운송관리시스템으로 노선 기종별로 운행을 어떻게 하는지 초단위까지 정밀하게 나타난다. 하루 운행을 다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요즘 차안에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오줌을 누는 운전기사가 어디있겠냐”며 “비닐봉지는 심야 시간 대 술이 만취돼 간혹 구토를 하시는 분(승객)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걸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노총 소속 제1노조 기사분이 320명, 민주노총 소속 제2노조 기사분이 18명이다”며 “근로 시간에 문제가 있고, 오줌 눌 시간도 없다면 대다수의 조합원이 속한 제1노조측도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에 맞다. 하지만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할 시청에서 실제 버스에 타 감독한 적이 있다”며 “배차 시간은 부족하지 않다.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황에 맞춰서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원이나 더블은 본인들이 본 근무 외에 원하는 것이고, 이에 따른 수당을 다 지급하고 있다”며 “한푼이라도 더 벌고 싶으신 분들이 원하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없앨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진여객에서 해고를 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60개 해고 조항이 있지만, 중대 교통사고 이외에 다른 조항으로 해고된 사람은 창립 이후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또 “휴대폰 사용 등의 해고 조항은 경각심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진여객 관련 내용은 오는 2일 목요일 오후 7시 ‘생방송 발뉴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go발뉴스 홈페이지와 유스트림, 시민방송RTV에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