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표준시’ 차이로 빚어진 해프닝.. “8시31분 도착? 지금 9시1분인데”
남북 정상회담 관련, 북측 기자들과 얽힌 에피소드들도 전해졌다. CBS 박지환 기자는 “처음에는 약간 서로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측 기자들도 남측 기자들에게 상당히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정상회담을 취재한 박지환 기자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남과 북의 언어 차이로 빚어진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박 기자는 “한 북측 기자가 남측 기자에게 ‘선생님은 기자질을 몇 년을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면서 “남측에서는 ‘도둑질’ ‘강도질’ 하면서 하대하는 표현을 할 때 ‘질’자를 붙이는데 북한에서는 ‘질’이, ‘교수질’ ‘선생질’ 할 때 쓰이는 경어체라고 한다. 남북 분단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까 이런 말의 차이를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도보다리 단독회담’ 초반 북측 기자단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은 상황에 대해 박 기자는 “현장에 나온 북측 기자들은 대부분 노동당 당원들”이라고 설명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과 영상, 사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을 좀 부리더라”고 되짚었다.
이어 “국민들도 보셨겠지만 앞으로 끼어들고 하면서 욕심도 부리면서 작은 실랑이는 있었는데 그게 서로 마음을 상할 정도의 실랑이는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남과 북의 표준시 차이로 빚어진 해프닝도 있었다. 북한은 지난 2015년 광복절부터 독자적인 표준시인 평양시를 적용하고 있어 서울과는 30분 차이가 난다. 가령 우리 시각으로 오전 9시면, 북한은 오전 8시 30분이 된다.
관련해 박 기자는 “문 대통령이 당일 오전 8시에 청와대에서 출발해 판문점에 9시에 도착했는데 이를 근접 풀기자가 상황을 같이 공유하면서 ‘문 대통령이 8시31분에 도착했다’라고 옆 기자에게 공유했다. 그랬더니 옆 기자는 ‘무슨 소리냐. 지금 9시1분 아니냐’해서 밝혀진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에 따르면, 당일 오전 7시 30분께 기자들은 군사분계선 근처 동선 점검에 나섰다. 그 때 ‘8시 31분’이라고 언급한 기자의 휴대폰이 북한 시간으로 자동 세팅, 해당 기자의 휴대폰 시계가 북한 시간으로 오전 내내 표시된 것.
박 기자는 이 같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판문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상징적인 공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은 다음달 5일부터 ‘평양시간’을 한국의 표준시와 맞추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대기실에 걸려있는 남과북 두 개의 시계를 보고 가슴 아파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환담 하던 김 위원장은 ‘오늘 이렇게 좋은 합의를 만들었으니, 이번 계기에 북과 남의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