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지난 10월 27일 164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2014년 3월 말 유튜브를 통해 첫 방송을 내보낸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우리나라 시사현안에 대한 게스트를 모셔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었다. 매주 수요일 공개녹화엔 많은 시민이 찾아와 녹화를 방청하곤 했다. 

특히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세월호를 다뤄서 주목을 받았다. 리얼리터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70%가 넘게 파파이스를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종편이 아닌데도 국민 70%가 안다는 건 대단한 수치다. 이런 힘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연출해온 이경주 한겨레TV PD를 지난 8일 한겨레TV 스튜디오에서 만나 방송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경주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경주 한겨레TV PD <사진=이경주 PD 제공>

“진보언론 위축 상황에서 용기있는 발언들로 시작..새로운 디지털 저널리즘 체험”

-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164회로 끝난 지 2주가 지났어요. 2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지금 한겨레TV 제작 1팀장이라서 기존에 하던 프로그램들을 후배들과 계속 연출해요. 한겨레TV 부원이 적어서 담당 PD는 있지만 협업하거든요. 그리고 <파파이스> 관련해서 도움 준 분들과 서로 바빠서 개인적으로 술 한잔 못 했어요. 그분들 만나 이야기도 하고 하다못해 쫑파티도 내일(9일) 해요.”

- 지난달 25일 마지막 녹화였어요. 3년 7개월 방송해서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시원섭섭하지 않냐고 묻지만 저는 시원하다고 얘기해요. 왜냐면 정권 교체까지 도움 되자고 했었고 갑자기 조기 대선으로 끝났잖아요. 선거 끝나고 그만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김 총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으니 혼란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더라고요. 두 달 전 총수가 고기 먹자고 하더라고요. 만났더니 SBS에서 6개월 이상 방송하자고 했었고 자기는 사실 TV 방송은 생각 없었는데 엄청 트라이를 했었나 봐요. 그렇게 해서 준비를 했죠.” 

- 마지막 방송할 때 기분은 어땠어요?

“그날 게스트로 나온 표창원 의원님이 ‘뒤에 오랫동안 고생한 이경주 PD가 울고 있다’라고 하셨지만 농담이고요. 그날 저희가 740석을 준비 했는데 1200명 이상이 오셔서 주최 측에서 처음엔 못 들어가게 하더라고요. 제가 ‘책임지겠다. 여기 오시는 시민분들은 시민의식이 강하다’고 해서 들여보냈어요.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 데 긴 여정이었잖아요. 결과적으로 희망이 보이고 지금은 다음 어떤 프로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요.” 

- 마지막 방송할 때 에피소드 있나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유럽에서 세월호를 중심으로 한 교포들 모임이 있어요. 그날 그분들이 오신 거예요. 그분들은 너무 먼 곳에서 오셔서 저희가 자리를 마련해 드렸고 어느 한 유럽의 단체는 개인적으로 저에게 언론인 상이라고 상패를 편지에 써서 주셨는데 너무 고맙고 감동적이었죠.” 

- 마지막 방송이라 게스트 섭외에도 신경을 쓰셨을 것 같은데 기준이 있나요?

“일단 오랫동안 고정출연 하신 분들 있잖아요, 민언련 ‘종편때찌’, 미디어몽구, 리얼미터 권순정 실장이 나오셨고 김 총수 말로는 <파파이스>가 만든 국회의원이라고 표창원, 김병기, 박주민 의원 나오셔서 이야기하셨고 요즘 다스가 이슈라서 주진우 기자와 정청래 의원 나오셨어요. 정치 일반적인 것은 <파파이스>에 나오셔서 노익장이신 이해찬 전 총리셨는데 나오셔서 재밌게 하셨죠. 중요한 약속들을 다 펑크 내고 오셨대요. 너무 고마웠죠. 그러나 그날 주인은 시민이었어요. 특별한 장치를 못 한 게 아쉽죠.” 

▲ <김어준의 파파이스> 마지막 녹화 후 전체 사진 <사진=이경주 PD 제공>

- 마지막 방송에서 리얼리미터가 여론조사를 하셨잖아요.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파파이스>를 아는 거로 나왔어요. <파파이스>는 지상파나 종편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울 수치인데 <파파이스>가 이럴 수 있던 힘은 무엇인가요?

“요즘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들면서 기존에 일하는 저널리스트도 미디어가 변했다는 걸 알고는 있죠. 그러나 그걸 몸으로 체감하긴 쉽지 않잖아요. 요즘 수용자가 미디어를 소비하는 행태 그리고 리액션이 엄청 변화되어 있잖아요. 저널리즘은 조직이다 보니 먼저 인식하고 거기에 변화된다는 게 어려운 것들이고 그걸로 모든 언론사가 고민한다고 봐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도 종편에 대한 생각은 있었으나 여건이 안 된 거죠.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했고 영상시대니 인터넷 방송을 만들자고 해서 2009년 5월 15일 한겨레TV가 개국했고 이길우 선배께서 정치를 일반인들에 딱딱하지 않게 인터넷에 맞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하시더라고요.

전 김 총수는 물론 딴지일보도 잘 몰랐어요. 그때 ‘김어준 총수란 분이 있는데 공중파에서 잘렸다, 한겨레와 일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만나서 고기를 먹으며 <김어준의 뉴욕 타임스>가 만들어진 거고요. 그때 저희도 열악했어요, 스튜디오 하나 있었거든요. 심지어 카메라 감독이 저희 회사엔 없어서 화면을 CCTV처럼 분할했어요. 그럼 카메라 감독이 많이 필요치 않거든요.

역시 이명박 정권 되면서 진보 언론이 위축되어 있었잖아요. 저널리스트이긴 하지만 구성원들도 많이 힘들어 하고 그런 상황에서 김 총수 특유의 용기 있는 발언들 그걸 시작으로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가 만들어 지면서 어떻게 보면 디지털 저널리즘의 새로운 변화였던 것 같고 수용자들도 어느 정도 상당한 호응이 있어서 지금까지 온 거 같은데요.

<한겨레> 내에서도 실험이었던 것 같아요, 김 총수와 한겨레 내에서 합의하에 새로운 디지털 저널리즘 변화에 중간 영역에서 체험한 것이고 많은 수용자가 기존과 다른 게 먹히지 않았나 해요. 그건 지금도 계속 공부 중이에요. 다른 분들도 아마 생각을 해보고 있겠죠. 역시 시대 상황이 그랬잖아요. 진보 언론 쪽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강하고 용기 있는 질문을 던진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늘었죠.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 <사진출처=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 화면캡처>

- 여론조사에 의하면 고정 코너 중 가장 좋있던 거 ‘정청래의 여의도 통신’이었는데 PD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코너는 무엇인가요?

“저는 리얼미터 권순정 실장을 꼽고 싶어요.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여러 여론조사가 있잖아요. 문제도 많았고 그걸로 방송 나가면 엄청난 충돌도 있었죠. 리얼미터 권순정 실장이 열심히 객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고 역시 통계에 의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했다는 게 신선했고요.

기회가 되면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 속 시민의 생각을 여론조사로 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대화를 나눴지만 하지 못했어요. 방송 끝날 때 권 실장도 <파파이스>에 애정이 있어서 좋은 선물 하나 한다더니 이걸 조사해 왔어요. 전 기회가 되면, 일상 속 여론이 있잖아요. 육아나 교통 등 소소한 걸 데이터로 시민에게 보여주고 같이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좋을 거 같아요.” 

- <파파이스>는 세월호를 꾸준히 다뤄서 기억에 남아요.

“저도 마음이 아픈 것이 그것이에요. 저희가 <파파이스> 2014년 3월 말에 시작했는데 바로 세월호 사건이 벌어졌고 저희가 방송을 찍었지만 안 나간 적이 있어요. 왜냐면 세월호 참사가 너무 중요해서 갑자기 방청객 없이 스튜디오에서 밤 11시 즈음 김 총수가 와서 세월호 번외편이란 걸 제작했었어요. 후배들과 꼬박 밤새워 편집했거든요. 김 총수도 같이 있었어요. 밤새우며 편집한 생각이 나요.” 

- 기억에 남는 게스트도 있을 것 같은데.

“채동욱 검찰총장이죠. 그분 나오셨을 때 <파파이스>를 상당히 많이 본 것 같아요. 김 총수 아시는 분이 협조해서 섭외했지만 현장에 왔을 때도 출연할 지를 고민하셨는데 그날 방청객의 열기와 호응에 감동을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고마웠죠.

그리고 역시 세월호 관련된 분들 나오셨을 때 출연자, 진행자, 방청객 모두 울었던 게 기억에 남고요. 한번은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현장을 생생히 말하겠다고 나와서 녹화했었는데 여러 가지 것 때문에 방송이 못된 적이 있어요. 그런 게 마음이 아파서 생각이 나네요.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용기 있게 발언했지만, 방송 못 나갔을 때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나요.” 

▲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진출처=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유튜브 화면캡처>

“김어준, 사안 보는 눈이 달라…가장 큰 매력은 잘난 척하지만 웃기잖아요”

- <파파이스>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힘은 진행했던 김어준 총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김어준 총수의 매력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 총수는 사안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요. 사회 문제가 있으면 보통 사람들은 주어진 문제를 가지고 질문하잖아요. 문제의식 자체가 다르죠. 물론 실수한 적 있죠. 사람은 실수할 수 있잖아요. 합리적인 의심해도 과할 수 있고 틀릴 수 있죠. 그것에 대해 문제를 잘 보고 질문하는 능력이 있죠. 그러나 너무 과하면 음모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지만 그런 강점이 있죠.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이죠. 김 총수 가장 큰 매력은 잘난 척 하는 거 같지만 웃기잖아요. 자기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아요.” 

- 김 총수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하는 건 다 알잖아요. 그게 시사프로 진행자로 적절한지 생각해 보셨을 거 같은데.

“제가 고민한 게 그거예요. 제가 연출자로서 힘들었던 것은 민주당 내 경선 있었잖아요. 그때 <파파이스> 시청자들은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잖아요. 그러나 적어도 연출자로서는 최대한 객관적인 편집을 했습니다. 우리 스태프 안에서도 지지하는 후보가 다 달랐던 때였지요.” 

- 김 총수가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문재인 정부도 잘못하고 실수할 게다, 당연히. 그럴 때 상대적으로 관대할 거다. 현 정부의 세계관에 동의하는 한 잘못과 실수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의 문제다”라고 했어요. 문 대통령 지지자로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언론인으로는 부적절한 발언 아닌가 생각하는데.

“저와 그런 점이 다르죠. 저는 정권교체를 열망한 개인이지만 언론은 모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그걸 시민들에게 팩트를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건 앞으로도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건 방송 환경 속에서도 논의가 되잖아요. 미국에선 언론사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하잖아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안 돼 있어요. 중립을 지키면 기계적 중립이라고 비난하기도 해요. 이건 저도 계속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어떤 선배는 ‘기어를 중립에 두고 달릴 수 없는 세상이다’고 하셨어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하죠. 내년은 한겨레가 30주년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겨레 30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미디어 환경이 바뀐 사회에서 저널리즘 역할이 무엇인가. 권력과의 문제, 수용자와의 관계’죠. 이런 걸 아직 몰라 고민하고 있습니다.” 

-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어떻게 보셨어요?

“세상에 없던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새로운 구성을 기대했어요. 그러나 같이 사는 짝궁은 <파파이스>에 돈 많이 투자한 것(GG)이란 거예요. 잘 되길 바라요. 역시 지상파는 방송법에 대해 규제도 있을 것이고 PD들이 방송 프로그램할 때 콘셉트를 잡고 구성 생각할 때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게 뭐냐면 지속 가능한 포맷입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열정적인 PD와 총수이기 때문에 잘 되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김 총수 본인도 아는 문제라고 보는데 인터뷰를 잘 하고 자신만의 개성이 있다고 보지만 그것이 잘 맞는 화면인지는 아마 많이 고민할 거 같아요. 김 총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송이 되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김 총수가 소모될 수도 있어요. 암튼 응원합니다.” 

- 진보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보세요?

“디지털 시대의 수용자가 변했잖아요. 생산자와 수용자의 관계가 있을 거예요. 저도 그걸 고민해요. 그러나 기자는 더 많이 질문한다고 하는 건데 이제 질문하기 전에 많이 들어야겠다는 것에 한겨레 내부에서 동의하고 전 사원이 소통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내년이 30주년이라 한겨레 주주 일반 독자, 네티즌, 시청자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어떤 선배님 하시는 말씀이 ‘한겨레는 태동 때부터 어느 진영에서도 욕을 먹었었다’고 해요. 예를 들어 YS지지자와 DJ 지지자가 다 한겨레를 욕했답니다. 그건 한겨레의 운명보다 저널리즘의 운명이 아닐까요? 특히 정치적 현상 속에서 지지자들과 다른 문제입니다. 신문 전제를 보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알고리즘만 보니 그렇죠. 이걸 인정해야 하고 인정하지만, 저널리즘은 모든 권력에 대해 거리를 두고 해야죠. 그것도 시민을 위한 것 아닐까요?”

▲ <사진출처=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 한겨레를 돈 없는 조중동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아파하는 부분이에요, ‘한걸레’라는 표현도 나오죠. 그 언어를 말한 사람도 뜻은 있겠지만 가슴 아픈 언어예요. 한겨레 태동 때부터 현재 구성원까지 삼성과 싸워서 광고를 중단한 상황이잖아요. 한겨레만큼 삼성이란 거대 권력과 싸운 언론은 없어요. 그건 어떻게 보면 구성원 일상과 관련 있는 거예요. 한겨레 월급이 언제 올렸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젊은 후배들과 얘기해보면 끊임없이 일상 속에서 자본과 싸움도 하는 거예요. 직원들이 풍족하지 않은 월급에 자기 일상을 사는 거잖아요. 가정을 잘 돌보지 못하고 거의 살다시피 하고 보이지 않는 투쟁 속에서 사는 데 그걸 ‘가난한 조중동’이나 ‘한걸레’같은 표현은 되게 아파요.”

- 김 총수는 방송 마지막 인사를 하며 곧 다시 만날 거라고 했어요. 시즌 2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총수가 저에게 지겹대요. 저도 지겹고요(웃음).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정도 들었는데 진보의 가치, 보수의 가치를 떠나서 나쁜 권력에 대해 견제하는 면에서 동지거든요. 그러나 과정은 다를 수 있잖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좋은 민주 정부가 <파파이스> 시즌 2가 필요 없는 세상 만들기를 바라고요. 한겨레TV 좋은 프로그램 하거든요. 새로 론칭한 <박주민&송채경화의 법 발의바리>예요. 정권은 바뀌었으나 일상은 법에 의해 바뀐다는 프로그램이에요.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많이 보고 있어요. <GO발뉴스>는 대안 언론으로 시작한 거잖아요. 바른 언론의 길 잘 가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