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6일 오전 UNIST(울산과학기술원)를 찾아 대학생들과 '잔디밭 토크'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부터 1박 2일간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5.9대선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을 내걸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공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5개월만에 입장을 바꿔 탈핵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안 대표는 26일 오후 울산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후 원전을 설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셧다운 시키고 훨씬 안전하고 이미 투자된 신고리 5·6호기는 계속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 신고리 5·6호기 논란의 가장 문제 중에 하나는 대통령이 먼저 결정하고 그 다음 정당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후에 보완하려고 하는 것이어서 꼬였다”며 “절차에 따른 문제가 참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대통령, 정부가 먼저 결론부터 내릴 게 아니고 공론화해야 한다”며 “공론화도 5,6년 동안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본적으로 탈원전으로 간다고 방향 잡고 있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다”며 “원전 외 다른 발전 수단이 없고 다른 대안들은 전기료가 몇 배씩 뛰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5월4일 “신고리 5‧6호기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월성 1호기 등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국민 참여형 원전정책’을 발표했다. 

안 대표는 “경주 대지진으로 제기된 안전성 평가와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 향후 안정성문제 해소가 우선”이라며 “신고리 5‧6호기 등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우선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개월도 안돼 안정성 문제가 해소됐다고 판단하고 5‧6호기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탈핵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탈핵단체들은 27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기습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계획에도 없던 신고리 7‧8호기 백지화 하다니”, “안철수는 핵마피아의 아바타인가”, “신고리 5‧6호기 지으려면 녹색 떼고 말하라”, “안철수 대표는 부산시민에게 사과하라”, “(원전이)대안없고 값비싸다니 공부해라 안철수”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날 성명을 내고 “안 대표의 발언이 놀라울 뿐”이라며 “불과 5개월 전에 환경단체들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협약했고 이를 공약으로까지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서 시민들과 약속한 서약사. 신고리 5‧6호기 뿐만 아니라 삼척‧영덕‧울진 신규핵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제일 윗부분에 명시했다. <자료=환경운동연합 제공>

또 환경운동연합은 “안철수 대표가 주장한 ‘원전 대체 수단의 부재와 다른 대안은 전기료 몇 배 인상’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 정부의 ‘2079년까지 탈원전 주장’이 과연 탈원전이라고 할 정도인가라는 평가까지 감안한다면, 60년이 넘는 동안 대체할 발전 수단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각종 분석에서도 요금이 몇 배나 뛰는 일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는데도, 이런 유언비어를 거론한 배경이 의심된다”며 “이것이 과연 새로운 정치고, 국민이 이기는 정치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경운동연합은 “5개월 전의 안철수 후보가 현재의 안철수 대표와 같은 인물인지, 그 사이 의견을 바꿨다면 무슨 이유에서 바꾸게 되었는지 밝히라”며 “끝장토론을 제안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탈핵특별위원회(위원장 김제남)는 27일 논평을 내고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를 지낸 공당의 대표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서약까지 한 탈원전 공약을 저버린 무책임한 정치의 극치”라며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라고 해온 안철수식 책임정치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안철수 대표의 “노후원전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이미 투자한 신고리 5,6호기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는 언급에 대해 정의당은 “그 근거를 분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의당은 “이미 신고리 5,6호기는 다수호기 위험성, 지진위험지대 안전성 문제, 다량의 고준위핵폐기물 발생문제, 비용상승과 국민부담 문제 등 수없이 많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며 “이런 사실도 모르고 하는 말인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미 노후원전은 설계수명을 마치면 수명연장없이 셧다운하기로 했는데 새로운 대안처럼 언급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명분을 주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안철수 대표는 어제 발언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하라”며 “국민의 안전은 정치 유불리를 따지는 흥정거리이거나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