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민주당 도청 의혹 문건’은 KBS가 ‘수신료 인상’ 관련 민주당 대책회의를 몰래 녹음, ‘발언록’ 형태로 만들어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게 줬다는 KBS 고위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

8일 <뉴스타파>는 임창건 당시 보도국장(현 KBS 아트비전 감사)이 ‘당시 악의적인 도청은 아니었지만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를 몰래 녹음한 행위는 있었던 것 같고, 이를 토대로 작성된 발언록 형식의 문건을 KBS 관계자가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게도 건네 준 것도 맞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 감사는 “강덕이(이강덕 당시 정치부장)이야기로는 야당(민주당) 설득할 때 이런 것을 야당에서 논의한 것 같다, 그러니까 당신들(한나라당)이 야당하고 이야기할 때 참고로 해달라고 하면서 그걸(녹취록) 보여줬는데 한선교가 그것 좀 달라고 해서 (넘어갔다고)그렇게 들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임창건 당시 보도국장의 이 말은 “결국 KBS인사가 수신료 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민주당의 KBS 수신료 관련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해서 일종의 보고서를 만든 뒤 이를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였던 한선교 의원에게 건네줬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임 감사는 당시 자신은 보도국장으로 데일리 뉴스를 챙기느라 KBS의 현안이었던 ‘수신료 인상’과 관련된 사내 대책회의에는 거의 참석하지 못했으며 “회사의 업무 성격상 대외업무는 보도본부장이 관장”하며 자신도 나중에 “보도본부장(고대영 현 KBS 사장)에게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임 감사의 발언 내용을 토대로 “당시 KBS가 수신료 인상이라는 자사 이익을 위해 기자들을 대규모로 동원해 야당 최고위원들의 발언 내용을 담은 문건을 만들었고, 이를 여당 정치인에게 은밀하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회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몰래 녹음한 사실이 거의 확실시 돼 이른바 ‘민주당 도청사건’에 대한 전면적 재수사가 불가피해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1년 민주당은 한선교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경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한선교 의원과 KBS 측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보도에 더불어민주당은 김현 대변인은 9일 브리핑을 통해 “KBS사장인 고대영 사장은 이제 모든 진실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며 “진실을 밝힌 후에 정당을 사찰한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현재의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앞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등 수사기관의 재수사를 통해 불법도청을 기획하고 민주당을 사찰한 행위에 대한 전말은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성명을 내고 “범죄의 실체적 사실을 뒤집는 핵심적 증언이 나온 이상 검경의 전면적인 재수사는 불가피하다”며 “고대영 현 KBS 사장 역시 재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임창건 전 국장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안은 고대영 당시 본부장이 총괄했으며, 자신도 고대영 당시 본부장에게 사실관계를 설명 들은것이라고 시인했다”며 “고대영 사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신문할 근거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대영 사장에 “‘도청 의혹’ 스캔들의 진실을 고백할 마지막 기회”라며 “포토라인 앞에 불려나오기 전에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고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임창건 감사는 9일 사내 게시판에 입장을 내고 “KBS가 전화기를 통해 녹음했다는 내용에 대해 결코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혹시 도청이라는 것을 했다면 취재기자 전화기를 제3자에게 맡기는 방법을 썼을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반적인 추측을 제 입장에서 정리해 전달했을 뿐”이라며 “KBS가 불법 녹취록과 비슷한 발언록을 작성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뉴스타파 보도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