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기춘, ‘원세훈’ 비판 부장판사 직무 배제 지침 의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내용을 선고 이틀 전에 언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5일 <한겨레>는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입수, “2014년 12월17일에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을 뜻하는 ‘長’(장)이란 글자 아래 ‘정당 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이라고 적혀 있다”며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선고 기일을 공개했고, 이틀 뒤인 12월19일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 전 수석의 당시 메모에는 ‘지역구 의원 상실 이견-소장 의견 조율중(今日·금일). 조정 끝나면 19일, 22일 초반’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헌재는 그동안 통진당 재판 결론은 그해 12월19일 오전 10시 선고 직전에 최종 결정됐다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김 전 실장의 헌재 재판 결과 언급은, 박(한철)헌재소장의 공식 발언 전에 ‘통진당 사건 연내 선고’ 방침을 청와대 회의에서 언급한 것과 맞물려 청와대와 헌재 간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헌재는 <한겨레>에 “헌재소장을 비롯하여 9명의 재판관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청구된 모든 사건들에 있어서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외부와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정무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실장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1심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쓴 판사를 ‘비위 법관’으로 규정, 직무배제 방안 강구를 언급한 내용도 담겨있다.
<한겨레>는 “2014년 9월 22일에 김기춘 전 실장을 뜻하는 ‘長’이라는 표시 옆에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 (김동진 부장)’라는 메모가 나온다”고 전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로부터 열흘 전인 9월12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원세원 전 원장이 선거법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비판 글을 올렸다.
김 전 실장의 언급 나흘 뒤인 9월26일 수원지법은 김 부장판사가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 대법원은 그해 12월3일 김 부장판사가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김 부장판사 징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법원 측은 “징계위 표결 전에 징계위 회부 사실이 알려져 청와대에서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판사들이 참여하는 법관 징계에 청와대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