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13분 국회의장 회동 발언에 대해 9일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지낸 바 있는 이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박 대통령의 어법을 겪어온 바에 따르면 김병준 내정자를 여야가 추천하라는 뜻일 것”이라며 이같이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13분간 만나 세 문장을 말하면서 총리권한 범위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거취 문제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치권과 언론은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을 김 내정자에 대한 지명 철회로 해석했지만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의 자진사퇴 유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명 철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추천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회에서 추천하는 후보가 나오면 그것으로 다 정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내정자는 기자들에게 “지명 철회라는 단어를 대통령이 썼느냐”고 물으며 “자진사퇴는 없다, 지명철회는 대통령이 지명철회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에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번역기’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의원은 “(대통령의 제안은)야권의 분열을 있는 그대로 부추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의원은 “(총리 지명을)철회하느냐고 재차 질문을 했을 때 명확한 답을 안했다”며 “답을 애매모호하게 하면 안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의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라’는 제안은 “공을 국회로 던진 것”이라며 시간 끌기 의도로 해석했다.

이 의원은 “지금 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의 명대로만 하는 분들로 구성돼 있다, 친박도 진박 골수들만 남아 있다”며 “당연히 대통령 의중대로 김병준 카드를 밀어붙일 것이다. 합의가 될 리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야권의 분열을 부추긴 것으로 “분열돼서 우왕좌왕하는 틈새가 상당히 대통령에게는 좋은 국면이 되는 것”이라고 의도를 주장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우왕좌왕 하다 보면 김병준 총리를 추천하는 걸로 가도록 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김병준 총리에게 전권을 주고 대통령은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며 “통할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통할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총리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책임총리제로 운영하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의 화법과 관련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지키려면 이제 돌려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치권에 가장 나쁜 말이 ‘사실상’”이라며 “이제 그런 말이 나오면 안된다. 혼란의 시기 스스로 결자해지하라”고 명확하고 책임감 있는 발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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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8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