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에 대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8일 “대통령은 새 총리에게 자신의 헌법상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추천하여 임명되는 새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여선 안 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13분간 회동을 갖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한 ‘2선 후퇴’와 책임총리의 권한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아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내각 구성권한만이 아니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임명권까지 새 총리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노 원내대표는 “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의 실질적인 권한이양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사실상 유고상태이며,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과 내년 4월 조기대선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과도내각에게 헌법상의 권한을 이양함과 동시에 내년 4월 조기대선이 가능하도록 질서 있는 퇴진프로그램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불명확한 발언은 총리권한 범위 논란 뿐 아니라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거취 문제에도 혼선을 빚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이 김병준 내정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청와대에서는 지명 철회는 아니라고 말했다.

▲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8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SBS에 따르면 정연국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 유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명 철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추천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추천하는 후보가 나오면 그것으로 다 정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지키려면 이제 돌려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정치권에 가장 나쁜 말이 ‘사실상’”이라며 “이제 그런 말이 나오면 안된다. 혼란의 시기 스스로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총리 지명을 철회한다고 말하라,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말하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또 “총리에게 내각조각의 전권을 넘기겠다고 말하라, 총리에게 위임하지 않는 군통수권, 국정원, 감사원, 계엄권, 사법기관 임명권 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외치 또한 권위를 기반으로 이원집정이 되는 것”이라며 “외치에 있어 자신의 역할범위를 구체화하라”고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