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의 해법은 무엇인가? 하야, 탄핵, 2선 후퇴, 책임 총리제 등 여러 방안이 나오는데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모호하다. 법에 의한 조치와 정치적 해법 등 어느 것이 올바른 정치를 위해 합당한 것인가? 주요 정당은 당론으로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에 대한 언급을 꺼린다. 일부 여야 의원들이 하야와 탄핵을 말하지만 소수의 의견에 그친다.

대통령 거취에 대한 중대사가 진행 중이라서 정당의 유권해석과 태도 결정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여소야대 국면이라 거대야당의 당론이 특히 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대통령의 태도 결정을 촉구할 뿐 독자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 위기 대처 능력, 책임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헌법을 훼손했다는 것이 명백해지면서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꼴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만 비춰보아도 국헌을 문란케 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으며 국민을 배신한 것이 명백하다. 지난 토요일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을 국민은 원치 않는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8일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국회 방문을 강행한 것은,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는 대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는 불통의 대통령 모습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위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하나 정상적인 국정 수행을 위한 비상한 대책이 정치권에서 나와야 한다. 여당이야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거대 야당에 대한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이 나라가 법치국가라서 법에 그 해법이 나와 있다. 그런데 정치권이 법은 외면하고 정치적인 해법에만 매달리면서 할 일 다 했다 하는 모습이라서 안타깝다. 이 나라에 법에 의한 지배가 확립될 날이 아직 먼 것 같은 절망감이 드는 이유다.

정치 머슴들의 주인인 국민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면 정치 머슴들은 당연히 그에 합당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선 거대 야당은 시민사회의 시위에 거리를 두고 선을 긋기에 바쁘다. 분노하고 절망한 시민들을 외면하는 꼴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에서 관련법에 의한 조치를 취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우선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진실을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위기국면을 잘 넘겨보겠다는 식의 꼼수를 부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즉 지난달 25일 담화를 통해 자신의 과오를 일부 자백했지만 최순실 등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지난 4일 담화에서는 자기도 피해자라고 우기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 경우도 법치를 최우선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실정법을 어기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대통령에 대해 하야, 퇴진, 탄핵, 책임 총리제, 거국 내각, 대통령 2선 후퇴 등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대해 다양한 주문들이 쏟아지는 양상이고 언론도 그에 장단을 맞추는 식이어서 가닥이 잡히기는커녕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럽다.

대통령의 향후 거취와 관련된 여러 해법들은 다 차이가 있어 개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하야는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나 평민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하고 퇴진은 관여하던 어떤 일이나 지위, 직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두 단어는 행동의 주체가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군주시대에 사용된 것으로 당연히 법률적인 용어가 아니다.

▲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go발뉴스

청와대 등에서 말하는 책임 총리제나 대통령 2선 후퇴도 법률적인 용어가 아니라서 그 해석에서 십인십색이고 시행이 된다 해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대통령에 대해 해외에서 무당에 놀아난 대통령이라는 식으로 보도되고 있어 설령 임기를 채운다 해도 종전처럼 자주 해외로 나가거나 정상적인 정상외교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라는 면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안보 분야를 식물 대통령이 관장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거국내각도 정파를 초월한 정부 조직을 의미하지만 이 또한 우리 여야 관계를 고려할 때 산 넘어 산이라는 어려움을 피하기 어렵다.

탄핵은 탄핵소추의 줄임말로 사용하는 것으로 헌법에 의해 내란이나 외환죄의 경우가 아니면 재임기간 동안 기소되지 않는 대통령이 저지른 위법 행위에 대하여 국회에서 재적의원 2/3 이상의 가결로 헌재에 넘겨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지면서 대통령이 실질적인 유고 상태인데도 청와대와 여야당이 법대로가 아닌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국민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앞서 말한 정치적 용어만이 난무하고 법률적 용어들을 정치권이 입에 담는 것을 꺼리는 것은 법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정치 머슴들의 태도가 아니다. 자신들이 속한 정치 집단의 유 불리를 계산한 당리당략적 해법 제시에 불과하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청와대 개각 관련 야3당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헌을 문란케 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대통령에 대한 법적 조치는 탄핵소추가 유일하다. 대통령의 범법 사실이 확실한데도 탄핵소추를 국회가 외면한다면 국회가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야나 퇴진의 경우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뜻하고 2선 후퇴도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이 법에 의하지 않고 집권을 유지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만이 유일한 합법적 방법이다. 이를 국회가 외면하고 대통령에게 알아서 하라는 것은 손대지 않고 코를 풀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일부 정치권이나 전문가, 언론 등이 탄핵에 따르는 수개월이 걸린다거나 헌재의 불합리한 결정 가능성 등을 들어 대통령의 하야나 2선 후퇴를 거론한다. 이는 법치의 정착을 더디게 하거나 후퇴시킨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정치가 정의로워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혼란스러울수록 가장 큰 원칙부터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 등은 다 제 각각의 위치에서 최선의 결정과 실천을 하는 전통이 정착되어야 한다. 국민을 외면한 채 정치집단의 집단이기주의적 셈법을 앞세우는 식의 후진적인 작태는 이제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