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영수회담 거부에도 불구하고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밝혔지만 ‘2선 후퇴’와 책임총리 권한 여부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만 시민들이 하야를 요구하며 거리를 나오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13분간의 회담에서 딱 세 문장을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광옥 비서실장, 허원제 정무수석과 함께 오전 10시30분경 국회에 도착해 국회의장실에서 13분간 정 의장과 회담을 했다.

정 의장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며 “촛불민심을 잘 수용해주시고 그래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임이다”며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주시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합하는 권한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총리 권한 부여에 대해 정 의장은 “국회가 적임자 추천을 하면 임명을 하고 권한을 부여하셔야 하고 차후 권한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자기 말과 요구만 일방적으로 쏟아놓고 돌아서버렸고 또 대통령의 말씀은 모호했다”고 비판했다.

기 대변인은 “실제로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고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조각권과 운영권한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 대변인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 또한 없었다”며 “이 약속이 있어야 ‘국회 추천’ 총리가 실제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선 후퇴 요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겠다는 건지 아니면 계속해서 실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으로 남아있겠다는 것인지 책임있는 말씀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서며 손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야당의원들 앞을 지나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하실 일은 말씀하시지 않고 국회에 공을 던지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다”고 혹평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공을 국회에 놓고 가셨다”며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언급 없이 무늬만 책임총리, 무늬만 거국내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총리의 내각통할은 헌법에 나와 있는 내용일 뿐이고 국회의 추천총리의 권한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 총리추천만으로 민심이 수습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적 혼란의 엄중함에 비해 13분의 만남은 너무 짧았다”며 “사태의 수습 의지도 방안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대통령의 하야만이 국민에 대한 진정한 사과이며 협치와 소통을 통해 국정을 정상화하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하야를 촉구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해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점”이라며 “늦어도 내년 2월에는 ‘하야’ 하겠다는 대국민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평론가는 “그것이 없다면, 우리 국민들은 하야 요구를 계속할 것”이라며 “나라를 이 꼴로 만들고서 무슨 염치로 임기를 채우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