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검열시대보다 더 치명적 위해…반드시 심판 받을 것”
청와대의 9473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윤택 예술감독은 13일 “석연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며 “2년 전부터 게릴라극장에 대한 지원이 끊겨 내년에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택 감독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15년 문학창작기금 희곡 심사에서 100점을 맞고도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감독은 “그때 정부 당국은 지금까지 혜택을 많이 받은 중견 원로 예술인들보다는 젊고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돌리려 한다고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지난 대선 문재인 야권 후보 지지 연설로 ‘청와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는 “문 후보와는 고등학교 동기”라며 “정치적 발언 없이 학교 다닐 때의 인간성이나 품격 위주로 얘기했다”고 당시 연설에 대해 밝혔다.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재청에서 하는 숭례문 재개관 축제 연출을 하게 됐는데 “그때 청와대 문화 담당 비서관에게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한 사람인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그 여자분이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석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며 대표로 있는 혜화동 게릴라극장에 대한 지원이 끊겨 처분하려고 내놨다고 밝혔다.
또 이 감독은 “콜롬비아 보고타에 공연을 가게 됐는데 그것도 지원이 떨어졌다”며 “옛날에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원 안하는 게 좋겠다는 규정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타 국제연극제는 국립극단이 초청하는 대단히 국가적인 행사”라며 “지원을 못 받아서 저가항공으로 48시간 타고 갔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정치적인 영역의 언어들이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야만적인 상태”라고 비판했다.
유신정권 검열시대를 경험한 이 감독은 “검열의 형태가 다를 뿐”이라며 “70년대에는 물리적 위해가 있었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에 더 치명적인 위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잘못된 선택을 했던 정책들은 반드시 비판, 심판을 받게 돼 있다”며 “정책 담당자들은 판단을 다시 해달라, 지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