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학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에 대해 5일 “미국과 힘겨루기 하는 급의 나라들 입장에서는 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 “만약 북한을 견제하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억제하는 것이라면 한국 돈으로 사다가 한국 돈으로 놔야 한다”며 이같이 반론을 폈다.

정 전 장관은 “미군이 미군 주둔지에 갖다 놓고 북한을 감시한다고 하지만 X 밴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2,000km까지 된다”며 “극동 러시아와 중국의 대부분 지역이 들어간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위협이 제거되면 철회할 수 있다는데 철회하는 것은 한국 대통령이 결정을 못한다”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시킨 박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그냥 듣고만 있지 아마 ‘우리를 어제 낳아서 이슬만 먹고 자란 애기로 보나’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전혀 설득력이 없는 논리임을 주장했다.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년휘호를 선물한 것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극동 러시아를 개발하는데 한국이 투자를 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그래서 기분 좋게 해주느라고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도 어렵게 구해서 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과 박 대통령의 얘기는 평행선”이라며 중국도 “시진핑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미 분명히 면전에서 한국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했다”고 러시아와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사드 배치의 목적이 무엇이고,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뻔히 알기 때문”이라며 “거기에 대고 북핵 위협이 제거되면 사드를 철회할 수 있다?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시진핑이 받아들이겠냐”고 반문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2일 러시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3일 한‧러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한반도 핵 문제가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 정치의 긴장 완화의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며 “군사 대립 수준을 저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사실상 사드 배치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같이 강대국들의 전략적 게임에 말려드는 상황에 대해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SNS에서 “처음부터 중국, 러시아를 설득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무작정 부딪혀 보자는 주먹구구식의 외교를 했으니 결과가 좋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외교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인데 박근혜 정권에서는 외교무능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노태우 정권 아니 이명박 정권이 그리워질 정도”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