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며 누진제 완화 불가 입장을 고수해온 산업통상자원부가 박근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즉각 대책을 내놨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 국회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관련 협의회를 열고 7~9월 동안 한시적으로 현행 6단계인 누진제 체계에서 구간마다 50kWh씩을 더 할당해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당과 잘 협의해 조만간 (개선)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지 6시간 만이다. 정부는 지난 4년간 감사원의 누진제 개선 권고를 묵살해왔다.

이에 따라, 2200만 모든 가구가 월 평균 20%가량의 전기요금을 덜 내게 낸다. 각 가정은 이달 말 배부되는 7월 사용분 전기요금부터 소급 적용받는다.

▲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7~9월 한시적으로 주택용 누진제 전기요금을 경감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징벌적 누진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정용 전기요금 인하 생색냈지만 찔끔 애들 껌값 인하라면 이건 완전 쇼”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요지부동하던 산자부가 대통령 한 말씀에 내어 놓은 전기료 인하대책은 안 된다”며 이어 이정현 대표에 “대통령님께 다시 말씀드리시고 우병우 수석도 정리토록 하세요. 오늘도 너무 덥습니다”라고 힐난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도 누진제 일시 완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제대로 손질해 근본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40년째 특혜를 받고 있는 산업용‧상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김진혁 전 EBS PD는 “전기요금 세 달 동안만 한 달에 6천원정도 한시적 인하라.. 혹시 대통령께서 국민을 거지로 아시는 건 아닌지”라며 “지금이 새마을 운동하던 시대도 아닌데”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가 고상만 씨는 “박근혜가 오늘 전 국민에게 큰 성은을 베풀었나 보다”며 “‘친친박 원조 진골 친박’ 이정현이 당 대표가 되어 청와대를 방문하자 이 기쁨을 온 국민이 함께하라며 그동안 절대불가라던 누진세를 7~9월에 한해 20% 감면 한다네”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이정현 만세, 각하 만세라도 외쳐야 하나”라며 “왕조시대도 아니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이벤트 권력에 국민이 모욕당하는 느낌”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