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정현에 침묵’ 비판했다고 기자 제주발령…“조선시대 유배 보내나”

기자들 기수별 성명 잇따라…SNS “‘사드 보도통제’ 고대영 짓거리, 귀양 보내냐”

고대영 KBS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고대영 KBS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사드 보도지침’ 논란에 휩싸인 KBS가 ‘이정현 보도개입’ 침묵을 비판한 기자를 제주로 발령해 ‘부당한 인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KBS는 15일 오후 보도본부 경인방송센터에 근무하던 7년차 정연욱 기자에게 제주로 전출 명령을 내렸다.

정 기자는 앞서 13일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란 글에서 ‘이정현-김시곤 녹취록’과 관련 “‘보도 개입’ 보도를 촉구하는 기자들의 기수 성명이 잇따랐”지만 “상당수 기자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기자는 “저널리즘의 가장 원초적인 정의, 공공의 사실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보도한다는 대원칙을 외면한 침묵에 적지 않은 기자들이 공범으로서 동조하고 있다”며 “저널리즘의 상식에 입각한 문제제기 조차 정치적인 진영 논리에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정연욱 ‘송곳 칼럼’…“침묵은 침묵을 먹고 자라 KBS를 집어삼켰다”

정연욱 KBS 기자 <사진출처=정연욱 기자 페이스북>
정연욱 KBS 기자 <사진출처=정연욱 기자 페이스북>

정 기자는 “이 모든 것을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지금 KBS 보도국을 이끌고 있는 간부들, 최초로 경계선을 그은 기자들”이라면서 “그리고 그들의 침묵을 묵인하고 있는 모든 기자들이 공범이다. 침묵은 침묵을 먹고 자라 마침내 KBS를 집어 삼켰다”고 성토했다.

KBS의 정 기자에 대한 제주방송총국 전출 명령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통합뉴스룸 국장(舊 보도국장)이 기고문 작성 경위에 대해 사유서를 요구하는 등 문제를 삼았는데 바로 오늘 회사는 본인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제주방송총국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고 반발했다.

새노조는 “정 기자는 현 부서인 경인방송센터로 발령난 것도 지난 3월로, 채 6개월도 되지 않아 지역으로 다시 인사발령이 났다”며 “누가 봐도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글을 문제 삼은 보복 인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사드 보도지침과 관련 해설위원의 인사 조치와 함께 “고대영 사장이 구성원들의 저항의 목소리를 힘으로 짓밟으려는 치졸한 시도”라며 “침묵하고 거짓말로 변명하는 임원들과 일부 간부들도 똑같은 공범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보도 개입을 일삼으며 막무가내 인사로 입을 막으려던 길환영 사장이 쫓겨난 게 불과 2년 전 일”이라며 “지난 8년에 걸쳐 공영방송 KBS를 농락하고 망쳐놓은 세력들을 이제 심판해야 할 때이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알고 모른척 그 얘기’, 기자협회에 글 썼다고 보복…부당인사 철회하라”

정 기자의 인사 발령에 “부당한 인사를 철회하라”며 기수들의 연명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경인방송센터 평기자 9명은 성명에서 “우리가 모두 알고도 모르는 척 이야기하지 않고 있던 그 이야기를, 기자들의 단체인 기자협회의 협회보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런 식의 보복 인사를 당하는 게 맞는 말인가”라며 “미친 칼바람을 당장 걷어치워라”고 성토했다.

보도본부 33기 기자 20명도 성명을 내고 “이건 누가 봐도 보복이 아닌가. 인사권 운운하기엔 너무 치사하지 않은가”라며 “주먹질도 링 위에서 해야 하지 않나. 지역국이 잘못 하면 보내는 유배지인가. 정녕, 이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가”라고 비난했다.

보도본부 39기 기자 28명 전원도 “부당한 인사 철회하라”며 성명을 냈고 41기 27명 전원도 “치졸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왜 우리만 부끄러워야 합니까? 지역국이 왜 유배지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라며 성명에 동참했다.

SNS에서는 “지금이 조선시대냐! 제주도로 유배 보내게”, “KBS의 인사 수준이 고작 이정도인가”, “조선시대 ‘귀양’ 보내냐”, “기자의 눈을 가리고 손을 못 쓰게 하면 죽으라는 얘기”, “방송국이 청와대 나팔수야?”,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이럴 땐 참 일도 빨리하네. 제주발령, 유배 보내는 거임?”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이 근사한 글을 썼다고 이 기자를 제주도로 발령낸 자는 KBS 사장 고대영. 고대영. 고대영을 기억하세요”라고 분노했다.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글 쓰고 이틀만에 제주도로 전보? 이번에 사드 보도통제를 한 고대영 사장의 짓이라고 하네요”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방송사 언론인들도 ‘직원’이다보니 징계가 아닌 인사발령만으로도 입막음 당하기 매우 취약한 구조”라며 “공정언론을 원한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나아졌을 때 상식적인 언론인들이 시민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존재감이 있어야 방송사 내부의 적폐들을 바로 잡을 동력이 생긴다”면서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외면하면 정권에 부역한 언론인들만 안도의 한숨을 쉬겠죠. 해직되며 싸웠던 이들은 바보가 되고”라고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MBC 권성민 피디가 겹친다”며 “양 거대 공영 방송사의 자존심은 보도통제에 혈안인 간부들이나 그에 동조하고 침묵하는 이들이 아니라 바로 이런 평범하고 상식적인 후배들이 세워주는 게 아닐까요? 정 기자 부디 힘내시길”이라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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