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한국방송공사 상대 징계무효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끝낸 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정현 녹취록’의 당사자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길환영 사장이 사표 제출을 요구하며 “‘대통령의 뜻이라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김 전 국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 소송 항소심에서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개입’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개입’에 이어 보도 책임자에 대한 인사개입 정황까지 드러난 것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녹취록’ 파문 당사자인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7일 “섬기는 리더십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며 당대표 출마를 강행했다.

7일 <한겨레>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2014년 5월9일 “당일 예정된 14시 (보도 개입을 폭로하려 한) 기자회견을 35분 남기고 길 전 사장이 날 호출했다”며 “기자회견 하지 말라고 하면서 ‘청와대 지시가 내려왔다, 사표 내라, 3개월 동안 있으라’ ‘대통령 뜻이니 거절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2014년 5월8일 당시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교통사고 비유’ 발언 논란과 관련 밤10시께 희생자의 영정을 들고 KBS로 가서 길환영 사장과 김시곤 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KBS측이 면담조차 거부하자 5월9일 청와대 앞으로 가 농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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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수석과 유가족들의 면담 이후 길환영 사장은 오후 3시경 유가족들을 찾아가 사과하며 “김 국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말했다. 김시곤 국장은 이날 오후 KBS 신관에서 보도국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교통사고’ 발언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 “길환영 사장은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왔다”며 정치권력 압력에 의한 사퇴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김 전 국장은 6일 법원 앞에서 ‘이정현 수석의 전화를 보도통제로 받아들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 동료들이 어제 성명서를 썼는데 제가 기자들을 대표하는 자리(보도국 책임자)에 있었다”며 “생각은 비슷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 김 전 국장은 보도개입은 “박근혜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됐다”며 “나머진 청문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되면 출석해서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국정감사 열어 이정현 등 (관련자들을) 불러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정현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대표가 돼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정치를 바꾸겠다는 것은 두 번이나 국회의원을 시켜준 전남 순천 시민들의 엄중한 명령이자 순천 시민들께 했던 약속”이라며 “국민의 눈으로 정치에 특권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기득권을 철저히 때려부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섬기는 리더쉽으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을 바꿀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