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왜 웃고 다니느냐고 야단맞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자가 양복 위에 왜 배낭을 메고 다니느냐 지적받던 때가 있었죠. 기자 패거리의 기득권을 고발하고 왕따가 된 적도 종종 있었고요.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여의도 MBC 5층 보도국 시절.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비상계단을 더듬어 올라가면 7층 라디오국에는 저만의 비밀 산소호흡기가 있었습니다.

그땐 매일 전쟁을 치렀습니다. 세상 짐 다지겠다는 조급증과 독선에 가위 눌려 헐떡거리던 불덩어리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이란 먼 길 함께 동행하는 섬김이라는 깨달음을 주셨지요. 박경덕 작가님은 제게 MBC의 환기구였습니다.

MBC 라디오 <싱글벙글쑈>를 이미 십몇년째 집필하고 있던 그는,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사시사철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 한벌 달랑 걸치고 나타났는데.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해인사 숲길처럼 청아하게 만들어주는 ‘이상한’ 도력의 소유자였답니다.

연예계 뇌물사건을 보도해서 MBC 선배들까지 줄줄이 구속시키는 사고 아닌 사고를 친 적이 있었지요. 선향 같은 담배를 나눠 피고 다시 5층 전쟁터로 내려가는 제 뒷모습에 힘내라며 건네주시던 편지는 아직도 제 책상 서랍 속 가보로 잘 간직하고 있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 뒤로 묶어 내릴 머리카락이 부족해 삭발도사로 ‘깜짝’ 변신한 박경덕 작가님의 책이 새로 나왔네요.

글쓰기 책인데요. 실제로는 말하기 책이고, 보다 정확하게는 세상이 제대로 보이게 해주고 남의 말이 더 잘 들리게 해주는 비법서랍니다.

오늘도 콘크리트 숲 속을 유유자적 구름처럼 흐르는 현대판 ‘88 돌도사’의 법문에 귀를 씻어 보시기를 권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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