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전 특별치안활동’(사진)을 벌인단다. 치안이 무슨 곰탕인가? 특별 곰탕과 일반 곰탕으로 나누는 근거는 뭔가? 국민은 최고의 곰탕을 먹을 권리가 있지 않은가. 더구나 시한까지 정해 놨다. 딱 3개월간만 주겠단다. 그럼 3개월 지나면 어쩔건데?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기자의 주된 적(敵)은 거짓말이다. 약간 과장해 말하자면, 거짓과 싸우는 게 바로 기자다. 20여년 고발기자를 자임하며 수많은 전시행정의 실태를 까발렸다. 전시행정이야 말로 정부의 정책실패를 감추기 위한 2차 거짓말인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거짓말은 전시행정이라는 번지르르한 카펫으로 가려져 있었다. 힘겹게 접근해 카펫을 거둬내고 그 밑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곳에는 대개 관행이라는 음습한 퇴적물 사이로 바글거리는 기득권의 탐욕들이 벌레처럼 기생하고 있었다.

전시용 대책은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다. 깊은 상처에 빨간약 뿌리기다. 미세먼지 방지를 위해 고등어를 굽지 말라고 했다가 여론이 비등하니 구워도 된다고 한다. 섬마을 여선생님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신임 여교사의 도서벽지 발령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를 개인문제로 몰아갔다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나오자 짐짓 못본체다.

돈과 탐욕이 지배하는 세상, 거짓이 거짓을 낳고 카펫 위로 새로운 카펫이 깔린다. 하지만 진실은 위대하다. 비록 나약한 불빛이지만 세월호의 진실이 2년이 지나도, 팽목항 바다 깊은 수압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진실은 사람이고 사랑이고 살림으로 연결되어 하나로 빛나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상처라도 온전히 두꺼운 거짓의 카펫을 걷고 태양아래 치유되기를 희망한다. 단 하나의 촛불이지만 진실은 위대한 파동으로 세상을 밝혀줄 것이라 믿는다. 얼음 속 피어난 한 송이 봄꽃이 기적처럼 기나긴 겨울을 순식간에 거둬내는 것처럼. ☞ 이상호 기자 페이스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