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와 <뉴스1> 등 일부 언론이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선정적인 제목과 이미지를 사용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자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3일 <헤럴드경제>와 <뉴스1>은 20대 여교사가 학부형과 동네 주민 등 3명에게 잇따라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헤럴드경제>는 해당 사건을 보도하면서 헤드라인에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 속 3명의 정액.. 학부형이 집단강간”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고, <뉴스1>의 경우 <“학부형 등 3명에게 당했다”…초등학교서 20대 여교사 성폭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이미지를 삽입해 물의를 일으켰다.

여성혐오범죄 대응을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10번출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분명히 한국기자협회에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이 있지만 대다수의 언론사들과 기자들은 지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클릭수’ 많이 나오는 것에만 급급하게 성범죄들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이런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언론사들의 이런 행태가 지적되고 있지만 하나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성범죄를 소비하는 언론의 행태에 분노, 이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도 “포르노 장사하려면 그 시장으로 보내야죠”, “진짜 지저분하고 노골적으로 기사쓰네요”, “역시 바이라인은 없다”, “왜 기사라는 이름을 달고 야설을 쓰는지”, “기자를 하지 말고 야설작가를 하세요”, “피해자가 보면 쇼크 받아서 기절할 듯”, “와.. 무슨 생각으로 기사를 쓴 걸까 대체”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논란이 되자 <헤럴드경제>는 기사 제목을 “학부형, 20대 여교사 집단성폭력”으로 수정했다. 이후 해당 기사는 아예 삭제됐다. <뉴스1>도 문제가 불거지자 이미지를 여러 차례 교체했다.

한편, 피해교사는 학부형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학부형 2명과 식사를 하던 중 식당에 있던 주민들의 권유에 못 이겨 술을 많이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를 데려다주겠다고 나선 학부형 B씨는 피해 교사의 집에 도착한 뒤 추행했고, 이어 B씨를 뒤따라왔던 또 다른 학부형과 주민도 교사를 성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 교사의 몸에서 이들의 정액이 검출된 점 등을 토대로 3명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해당 사건을 접한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이란 이보다 더 잔인한 것을 알고 있지만.. 제발 2차 가해라도 가하지 않길(바란다)”며 교육당국에 철저한 보호를 당부했다.

또 서 원장은 사고 후 침착하게 대처한 피해 교사에게 “신고한 것, 너무나 잘한 선택”이라며 “끝까지 (가해자들이)처벌을 제대로 받도록 끌고 가실 수 있게 힘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