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서해성] 운당여관으로 가면서

이세돌과 기계의 바둑 대국을 보면서

 [거리의 시/서해성] 운당여관으로 가면서
-이세돌과 기계의 바둑 대국을 보면서


가로 19줄 세로 19줄
이세돌아 나오너라
운당여관으로 가자


취해도 눈 목 자로 걷고
쓰러져도 대마에 오르는
구름 위에 바둑 돌을 놓던 운당


왼쪽으로 19걸음 오른쪽으로 19걸음
조남철 조훈현 서봉수 조치훈 유창혁 이창호
이 나라 국수들은 다 운당여관 사람
조선 바둑은 여기서 나왔으니


청마루에서 돌 놓는 소리 들려다오
이세돌아 어서 가자
운당여관 바둑돌들 운다


-이세돌이 기계와 대국하는 걸 지켜보면서 내내 운당여관을 생각했다. 그가 안쓰러운 게 어찌 까닭이 없겠는가. 그를 일으켜 세워 구름집 운당으로 이끌고 싶을 따름이었다.
오래도록 거대한 바둑판이었던 운니동 운당여관은 1989년에 문을 닫았고 주인장인 가얏고 산조 명인 박귀희도 세상을 떠났다. 운당여관에서 바둑돌 놓은 소리는 산조였고 바둑과 가얏고도 하나였다. 이것이 조선 바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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