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방지법 공포 후 국정원이 '북한의 대규모 사이버테러 정황이 포착됐다'며 주의를 당부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서 교통, 금융기관, 에너지, 포털, 병원 등 공공·민간 주요기반시설 보안 담당자들이 사이버테러 예방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이 사실상 ‘국민감시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야당은 “이번 사례는 전초전”이라며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통과되면 국정원이 더 손쉽게 전 국민을 상대로 민감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SK텔레콤으로부터 받은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해 11월18일과 지난 1월7일 SK텔레콤에 통신자료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해 10월13일 청주지방검찰청도 장 의원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테러방지법 통과로 온 국민이 공포스러워 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미 국정원은 국회의원의 통신자료까지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장 의원은 “날짜와 시점을 봐도 제 휴대폰 기록이 왜 필요했던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헌법기관인 제 통신자료도 이렇게 털린 마당인데 우리 국민들 인권침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장 의원은 “시민들, 지금 즉시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떼보라”며 “그리고 같이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앞서 홍종학 더민주 의원은 지난 2월29일 국회 필리버스터에서 “통신사가 국정원과 수사 기관에 무차별 정보를 제공했다, 국민 여러분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통신사 사이트에 들어가 개인정보 이용 제공 내역을 확인하는 방법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인터넷에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는 정보다, 국정원과 경찰이 내 휴대전화 정보를 털었는지 확인하는 법”라며 박병우 민주노총 대회협력실장의 글을 소개했다(휴대전화 개인정보 통신자료 제공내역 조회 방법).

관련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SKT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 왔네요”라는 글이 지난 3일 올라왔다.

네티즌 ‘sisa*******’은 “3건 털렸네요, 국정원은 아니고 경찰서에서요”라며 “왜 털어갔는지 이유는 안써 있는데, 경찰서에 물어보면 알려줄까요? 잘못한 거 없는데... 댓글 단 것 때문에 그런 걸까요?”라고 밝혔다.

이에 다른 네티즌들은 “저도 지금 신청 중인데 메일이 안오고 있네요.”, “어디서 확인하는 건가요?”, “노유진 정치카페에서 진중권 교수가 자기도 받아봤었는데 아무 이유가 안 써 있다고 하더군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조회했는지 분명히 밝히라”며 “사찰이나 감시의 목적으로 열어본 것이라면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관련 법들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권력기관들이 국회의원을 사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깊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리원 부대변인은 “사이버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전 국민을 상대로 더 민감한 정보를 더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며 “장 의원 사례는 전초전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이 부대변인은 “지금 한국 사회는 심각한 테러 위기에 처해있다. 외부로부터의 테러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의 감시와 통제로 인한 전 국민 사생활 테러 위기”라며 “정부와 여당은 엇나간 욕심을 버리고 민생과 국민들의 진정한 안전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 백만명1인등불국민운동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테러빙자 국민감시법 규탄기자회견’에서 ‘테러방지법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