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대북 제재안이 효력을 발휘한지 하루가 지난 4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세관을 통과한 화물 차량이 압록강 대교를 이용하여 북한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청와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효과적’ 주장에 “우리 의지를 이렇게 값비싸게 보여줘서 얻은 게 얼마인지 얘기한다면 구차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정관은 3일 저녁 CBS라디오 ‘사시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의 임금을 막았지만 사실은 북한 노동력과 관련된 수출은 전혀 막지 못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청와대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이 “유엔에서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만들어지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생산적인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장관은 “정부는 ‘끝장 결의’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냐”며 “끝장 결의를 내려면 우리 정부는 돈줄 또는 원유를 끊어야 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해야 하고 그다음에 북한의 돈줄이라고 생각되는 광물수출 금지하고 노동력 수출을 끊어야 된다고 얘기했다”며 “그런데 (이번 유엔 결의안에서) 대북 원유공급은 중단이 안됐다, 그냥 항공기 연료공급만 민생 목적을 제외하고 금지가 됐다”고 말했다.

또 “석탄이나 철광에 대해서는 민생목적은 예외로 해놨다, 중국의 입장 때문에”라며 “사실상 열려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게다가 “북한 노동력 수출 얘기도 우리가 개성공단까지 끊었지만 말도 못 꺼냈지 않느냐”며 “북한과 중국이나 여러 나라 사이에 기존에 있는 교육이나 관광도 일체 얘기가 안됐고 나진항을 통한 물류유통도 예외가 인정되지 않았냐”고 말했다.

중국의 결의안 이행 여부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중국은 UN 안보리제재 결의안 내용 정도는 항상 지키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미온적’이라고 하는데 원하는 게 무엇인지가 헷갈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결의안을 잘 준수하는 것을 얘기하는 건지, 제재결의안을 넘어서서 정말 돈줄을 다 끊고 할 것인지,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기준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입장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초기에는 아마 엄격히 준수하거나 그 이상도 보여줄 가능성이 있지만 2~3개월 정도 지나면 결국 중국이 원했던 ‘북한의 민생에 부적절한 영향을 주면 안된다’는 수준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 부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이 2015년 11월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아울러 미중협상에서 ‘평화협정 논의, 대화 재개’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 제재의 목적이 결국 대화 재개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두 가지를 동시에 논의하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중국 왕이 외교부장관의 지난달 17일 ‘비핵화·평화협정 동시 협상’ 제안을 지적했다.

“거기다가 미국과 북한이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이런 얘기를 핵 실험 전에 했다는 것 아니냐”며 “우다웨이가 한국에 온 것도 전부 그런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평화체제, 평화협정을 얘기하지만 우리 정부는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아마 중국 정부는 앞으로 강하게 얘기하고 다닐 것”이라며 “상황이 좀 복잡해지면서 제재결의 이행의 강도를 점점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