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않겠다’ 선서 안한 걸 자랑?…대구시민에 대한 모독”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달서을에 출마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력을 전면에 내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건물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김 전 청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나란히 서 있고 홍보 문구로 “뚝심!! 청문회 선서거부” “뚝심과 의리의 경상도 싸나이”라고 적혀 있다.
김 전 청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선거운동용 명함에도 “뚝심과 의리!” “청문회 선서 거부! 야당의 정치 공세에 온 몸으로 맞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관련 대선 직전 허위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지난 3일 대구 달서을 선거구 출마를 선언했다.
당당한 이력으로 내세우는 ‘청문회 선서 거부’는 김 전 청장이 지난 2013년 8월 16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했으나 증인 선서를 거부했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그는 사유서에서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진행하는 본 국정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조사와 동시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증인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 거부는 거의 없는 대단히 희귀한 일”(신기남), “증인선서 거부는 국민모독. 도둑이 제발 저린 것임을 나타내는 것”(박영선)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2013년 10월 15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김 전 청장은 “이 사건으로 현재 형사재판 진행 중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선서와 증언, 서류제출을 하지 않겠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포함해 20여명의 증인들이 일어나 증인 선서를 하는 동안 김 정 청장은 혼자 증인석에 앉아 눈을 감고 다른 사람들의 증인 선서를 들었다.
앞서 지난 대선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터졌을 당시 경찰은 12월 16일 대선 후보 3차 TV토론 직후인 밤 11시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했었다.
당시 김 전 청장은 자신의 지시라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고 이후 검찰 수사에서 김 전 청장이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관련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가 연이어 있었다. 문재인 후보가 앞서던 상황이었는데 16일 밤 TV토론이 있었고 밤 11시에 김용판 전 청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며 “그리고 다음날 12월 1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다시 박근혜 후보가 48.7% 대 46.9%로 단 하루만에 역전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 1월 29일 “김 전 청장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려는 의도로 여러 지시를 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청장은 박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영남대 출신이며 행정고시 합격 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다 경찰청으로 이직했다.
김 전 청장의 홍보 문구에 네티즌들은 “선서 거부한 게 이력이라고. 대구에서는 법 안지킨 게 자랑이구나! 범법자 잡는 경찰 출신은 맞냐?”(지**), “청문회가 뭐하는 데냐?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자리에서 거짓말 하지 않겠다는 선서 안한 걸 자랑?”(로마**), “이런 사람이 진실한 사람인가요? 대구경북 국민들 정말 정신 차리세요. 이러다 우리 다같이 죽는 겁니다”(중립**), “박근혜 답하라 이자가 진실된 사람인가?”(섬과***), “옛 대구의 명성을 언제나 찾을 런지 정신 차립시다. 대구시민이여”(도*), “김용판이가 대구사람들이 얼마나 만만하고 바보같이 보였으면 선서 거부 한 거를 자랑스럽게 홍보하겠는가? 대구사람들 정신 차리자. 이건 대구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다”(내게쓰***)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