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찰이 핵심 증인을 오히려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던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유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며 19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신 부장검사)는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가 당시 확보된 자료로는 범죄 소명이 부족했기 때문인데도 권 의원은 김 전 청장의 지시 때문이라고 허위증언 했다”고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또 권 의원이 “서울경찰청이 국정원 파일을 3개월치만 제한적으로 조사하거나 국정원 측이 동의하는 파일만 조사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 모해위증 혐의로 고발당한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을 기소할 때 권 의원을 핵심 증인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검찰의 기소 발표에 앞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여전한 검찰, 김용판‧원세훈 수사의 단초를 연 권은희 의원을 위증으로 기소한단다”라며 검찰의 기소 사실을 알렸다.

이어 “채동욱, 윤석렬, 박형철 검사는 검사가 아니었던가? 이분들은 권은희의 허위진술에 넘어간 바보검사들? 찍어내기 완결판‥”이라며 “2013년 원‧판을 고발했던 법률위원장으로서 망연자실하다. 검찰을 어찌할건가?”라고 개탄했다.

또 촛불인권연대 한웅 변호사는 20일 트위터에 “자기쪽 증인을 스스로 모해위증이라고 한 케이스는 사법역사상 초유의 일이자 앞으로도 없을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MBC 해직언론인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도 “김용판 전 청장 재판에서는 권은희 의원을 핵심증인으로 내세우다 무죄판결이 나자 이번엔 권 의원을 위증으로 기소하는 모순을 저지르는 검찰”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검찰의 기소에 권은희 의원은 “국정원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주변에서 얼마나 더 고난을 받아야 하냐고 묻길래 2년 3개월 정도라고 말했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비슷하다”면서 “나도 다시 반환점을 돌아 링 위에 섰다”며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