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이후 민정이양 무렵.. “일제 때 친일 군인으로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다”
새누리당의 ‘박정희 비밀 독립군’ 주장에 대해 상해임시정부 요인 백강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23일 <한겨레>에 따르면, 백강 선생의 외손자이자 독립운동사 연구가인 심정섭(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씨는 “박정희가 우리 외조부를 찾아온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당시 박정희는 외조부께 오히려 자신의 친일 행적을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박정희 비밀독립군’ 주장을 하면서 그 근거로 2004년 이기청 의병정신선양회 사무총장의 <세계일보> 신문 독자투고 내용을 들었다.
이 사무총장은 해당 글에서 백강 조경한 선생이 ‘박 전 대통령은 일제시대 일본군 소좌 계급장을 달고 만주에서 복무하면서 극비리에 독립군을 도왔고, 당시 상해임시정부는 독립군을 보충해야 할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박 소좌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심정섭 씨는 “박정희와 외조부가 나눈 실제 대화는 이씨의 기고문과 그 내용이 많이 다르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외조부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심씨는 쿠데타 이후 민정이양을 준비할 무렵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외조부인 백강 선생을 직접 찾아와 큰절을 한 뒤 ‘자신은 다카키 마사오이고 일제 때 친일 군인으로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다’는 등의 행적을 고백했다고 말했다.
또 심 씨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해방 직후에는 광복군 중대장을 지냈다. 김구 선생님을 존경했지만 해방 후 한독당에 입당하지 못했고, 형제 때문에 남로당(에) 입당해 공산 활동을 한 죄인”이라면서 “그러나 자수를 해서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오늘날까지 살았다. 그러나 현재 나라가 반공 정신이 미약해지고 위기에 처해 이렇게 혁명을 일으켰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밀독립군설’을 부정했다는 증언도 있다.
故 김승곤 전 광복회장은 지난 2006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광복군’의 저자인) 박영만은 청와대에서 돈을 받을 줄 알고 ‘광복군’을 썼는데, 내용을 훑어 본 박 대통령은 ‘내가 어디 광복군이냐. 누가 이 따위 책을 쓰라고 했냐’며 화를 냈고, 결국 박영만은 돈 한푼 못 받고 거창하게 준비한 출판기념회도 치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