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스마트폰 해킹과 관련, 자살한 직원의 노제를 서초동 국정원 원내에서 지낸 사실이 알려져 공동 성명서 발표에 이어 이같은 국정원의 이례적 행위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자살한 임씨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오전 발인식 후 국정원 청사에 도착해 영정과 관이 청사 내 임씨의 근무지를 거치는 노제가 진행됐다.

▲ 21일 스마트폰 해킹 관련 숨진 국정원 직원 임씨의 노제가 서울 서초동 국정원 청사 내에서 진행됐다. <사진제공=뉴시스>

노제를 마친 임씨의 시신은 경기도 용인시 한 장례식장으로 옮겨져 화장 후 납골당에 안치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19일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 공동 성명에 이어 정보기관 본연의 자세를 망각,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는 등의 비판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또 국정원은 직원 일동 명의로 낸 공동성명서 원문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홈페이지 공지사항란에 게재했다. 이를 두고도 말들이 오가고 있다.

▲ 국정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국정원이 숨겨야할 불편한 진실 임씨 혼자 안고 간 예우인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21일 ‘go발뉴스’와 통화에서 “임모씨가 국정원이 숨겨야 할 불편한 진실들을 혼자 안고 간데 대한 예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역대 국정원에 그런 일이 있었단 소리를 듣도 보도 못했는데 왜 이런 특별한 행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의 영내에서 노제를 지내고 근무지까지 영정이 돌고 하는 것이 과연 정보기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보원이 좀 더 정부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운영원칙들이 무너진 것이 아닌가라고 보여지고 그런 원칙들이 무너져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또 국정원이 공동성명서를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재한 데 대해서도 “국정원이 지금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며 “국정원이 이렇게 오버하는 것은 숨겨야 할 의혹이나 이런 것들이 더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더욱 더 강하게 갖게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일반 공무원 순직했다고 그 사람 근무 기관에서 노제 지낸 일 있나?”

(사)의제와전략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 노제라니? ‘직원 일동’ 성명에 이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일반 공무원이 순직했다고 해서 그 사람 근무 기관에서 노제를 지낸 일이 있나 싶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자살한 직원이) 순직도 아니”라고 발끈했다.

이어 “순직이라 한들 이러는 게 맞냐”고 반문하면서 “국정원 내부 안보전시관, 그리고 자차장 옆쪽 보국탑에 보면 검은대리석에 별이 새겨져 있다. 48개던가?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대북, 해외 업무를 진행하다 순직한 요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블라디보스톡에서 독살당한 고 최덕근 영사를 제외하곤 그 요원들의 신상과 업무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윤태곤 실장 페이스북 캡쳐.

그러면서 “미 CIA, 이스라엘 모사드에도 유사한 상징물이 있다”며 “이게 정보기관 본연의 자세”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직원일동’ 성명도 비판을 받는 마당에 국정원 원내 노제라니? 국정원의 집단행동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솔직히 해킹 의혹보다 국정원의 이런 움직임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국정원이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게재한 것에 대해서도 “만약 정권 수뇌부에서 이를 조장하고 있다면 더 문제인 것이고, 손 놓고 있다면 바보 선언에 다름 아니”라면서 “이건 정보기관, 아니 국가기관의 자세가 아니다. 국가기강을 이들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국정원 점점 우스워 지고 있어”

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중인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에 “노제라니…국정원 많이 투명해졌군요. 누가 죽음을 이용하는지도 투명하다”는 맨션을 남겼다.

▲ 황선씨 트위터 캡쳐.     ▲ 트위터 캡쳐.

이 밖에도 SNS에서는 “자기들 살겠다고 동료들 죽음으로 내 몬 것이냐? 아니면 윗대가리들의 조작질인가?”, “국정원 요원이 작전 중 사망하면 공개적으로 노제를 통한 장례식을 거행해 왔었는지, 아니면 이번부터 그렇게 하기로 방침이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공무원이 순직했다고 국가기관 앞에서 노제 지내는 거 봤나?”, “국정원 점점 우스워 지고 있다”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