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3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05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실이 드러나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강도 높은 개혁도 주문했다. 최근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박 대통령은 21일 오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4대 개혁을 강조했다. 모든 일정을 내려놓고 국가경제와 개혁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그러나 국정원의 해킹 의혹에 대해서는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RCS (리모트컨트롤 시스템) 프로그램을 구입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언론에 공개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며, 국정원의 최종 지휘권자는 대통령이다.

하지만 10년 전 국정원의 불법감청 파문 당시 박 대통령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현재 불법도청이 행해지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누가 알 수 있겠느냐”며 정부와 국정원을 공격했다.

▲ 2005년 8월 8일자 조선일보 기사.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앞서 같은 해 7월 28일에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원 때리기’는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어두운 과거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에서 도청이 이뤄지는 것은 개탄스럽고 국가적으로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예산을 국회를 통해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 쓰는 예산이 베일에 싸여 있어 불투명한 게 많다”면서 “최대한 투명성을 강화해 국민의 혈세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해 11월에는 “국가기관이 나서서 우리의 자유를 짓밟은 행위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라며 국정원을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렸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밝혀지면서 국민은 도청에 의해 자신의 사생활이 어디서 모르게 노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당시 불법도청 수사를 맡은 검찰에게는 “엄정히 수사를 해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어떤 경우든 불법도청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게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