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상징적 전략 아닌 당연한 노동 평가”

[인터뷰] ‘청년들의 작은 승리의 역사’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3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세종시정부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마지막 전원위원회의를 갖는다. 그리고 오는 6일, 7일 양일에 결처 본격적인 노동자측과 사용자측간의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줄다리기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청년실업 10%를 넘긴 우리경제의 현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직접당사자로서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보다 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위원회의 파행의 주 원인이었던 최저임금 기준에 ‘월급액’ 병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계기도 청년유니온이 ‘카페베네’를 상대로 얻어낸 주휴수당이 주요했다.

이에 ‘go발뉴스’는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전원위원회의를 하루 앞둔 2일 청년유니온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처음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27명의 최저임금위원 중에서 청년 몫으로 한 명이 들어갔다고 해서 아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면서도 “청년 문제를 그 당사자가 제도권 논의의 장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청년유니온이 노동운동사에서 이룬 결코 적지 않은 성과에 대해 “기존의 노동운동사 안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절대다수의 평범한 보통 사람들, 주변부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광장 밖의 사람들, 노동이라는 이름에서 시민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담아냈기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노동계의 화두가 된 ‘최저시급 1만원’이 “결코 상징적 전략이 아니”라면서 “최저임금 1만원은 당연한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당연한 평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최저임금위원으로 참석하면서 직접적인 협상 파트너라 할 수 있는 경영계위원들의 면면에 대해 “이렇게 준비가 안 되었나 싶을 정도로 함량미달이었다”고 냉혹한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노동자들이 이런 수준의 사용자들을 상대로 져왔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면서 “그렇다보니 역으로 그동안의 노동운동사를 재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해까지 서울 영등포 인근 작은 사무실에서 지난 4년간 청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올 초 불광역 청년허브 미닫이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불광동 청년허브에 위치한 미닫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과 집행위원들.
불광동 청년허브에 위치한 미닫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과 집행위원들.

이 미닫이 사무실에서 진행된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Q. 요즘 많이 바쁠 거 같다.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나? 해보니 어떤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은 피드백을 주는 것 같다. 27명 중에서 한명 들어갔다고 해서 아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우리(청년)문제 당사자가 제도권 논의의 장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회의장 안에 들어와서 논의하고, 문제제기하고, 피드백이 되는 이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어서 뜻 깊다. (지금은) 또 (협상) 막판이고 잘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다.

Q. 이번에 사용자측 위원 중 한 사람이 노동계위원을 두고 ‘어린놈이’라면서 막말했다고 들었다. 경영계측이나 다른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위원들이 어리다고 쉽게 보거나 하지 않았나?

참여하는 노동계 위원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말 최저임금 당사자인 제가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 하고 논의하니까 생각보다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보니까 상대방입장에서도 저를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쉽게 보거나 그렇지 않다.

같이 배석하신 분들도 그런 평가를 해주시더라. 미리 선입견을 가지고 걱정했던 것도 상당부분 기우였다,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 제가 얼굴이 좀 삭아서…(하하).

Q. 지금 최저임금위원회 7차 회의까지 했다. 그 동안 어떤 말들을 주로 했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내용들을 투명하게 공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는 그동안 바깥에서 싸워오다 보니까, 그동안 최저임금이 어떤 논의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 몰랐다. 또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보니 이런 결정이 옳은 건지, 아닌 건지 판단도 안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동안 오픈이 되지 않는 문제를 절감했고 이번에 참여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를 했다.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또 두 번째는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기준에 월급을 병기하는 문제다.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이 문제의 당사자다. 이 부분에 대해서 주되게 당사자 입장에서토론하고 있다.

Q. 이번에 문제가 된 최저임금 기준에 ‘월급액 병행표기’ 문제로 드러난 주휴수당이 사실 청년유니온이 카페베네 알바 과정에서 투쟁해서 다 받아낸 전력이 있지 않나?

이 월급액 병기, 주휴수당이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동안 당연히 받아야 할 주휴수당, 월급의 17% 정도 된다. 저도 커피숍 알바를 많이 했었는데, 카페 알바를 하다가 관련법들을 찾아보니 사용자들이 당연히 줘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말했더니 사장이 뒤로 주고 그랬다.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면서, 뒤로 줬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안하고, 언론에 이야기 했다.(웃음)
그 때부터 주휴수당에 대해서 실태조사해서 발표하고 그랬다. 이 건으로 청년유니온이 대대적인 인지도를 쌓게 된 계기가 됐다.

Q. 청년유니온은 제도권 밖의 노동 운동도 아니고(시작부터 행정소송 걸어서 ‘취업준비생의’ 노조 지위 인정받았으니) 그렇다고 완전히 노동운동 안의 노동도 아닌 듯하다. 그런데 청년유니온의 짧은 노동운동 역사의 성과는 굉장히 대단하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 별도로 청년 노조를 만드니까, 기존의 노동운동계에서는 ‘왜 노동운동을 분열시키냐’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그런 표현이 있다. 중심부 노동이 있고 주변부 노동이 있는데,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많이 이야기 한다. 비정규직 양산, 희망퇴직과 같은 노동자들의 위치가 많이 무너지면서 이 사태까지 오게 된 시초다.

이 과정의 한 복판에 청년 노동자들이 있었다. 노동시장이 망해가는 과정에서 청년들은 싸워 볼 기회도 없었던 사람들이다. 괜찮은 일자리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없었으니, 지키려는 싸움조차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미 망해버린 노동시장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이 청년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의 노동위원들이 청년유니온을 보면서 반성적으로 가야 하는 부분은 결국 절대다수의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내일의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일반화된 노동 불안정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청년 뿐 아니라 주변부의 삶, 광장 밖의 사람들, 노동이라는 이름에서 시민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고, 담아내지 못했던 점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이라도 있었던 사람들은 정리해고 당할 때 찍소리라도 내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쫓겨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기존의 노동운동계에서 어떤 식으로 주목하고 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애씀이 있었냐는 반성적 평가를 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청년유니온은 이 주변부에 있던 한 집단으로써 ‘청년’의 이름을 내걸고 시작했고, 지난 5년 동안 애썼고, 그 애썼던 이상으로 기대를 보여준 여러 성과가 있었다.

그 이유는 오랜 시간동안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이야기,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이미 청년유니온은 준비 돼 있었다. 그걸 중심으로 주목했던 청년유니온의 시각과 행동이 그동안 패배의 경험으로 점철됐던 청년의 역사에서 작은 승리를 안겨주었던 것이 청년유니온이었다.

Q. 지금 그래도 ‘시급 1만원’이 가장 큰 의제가 됐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특별한 협상전략 있나?

저는 지금의 최저임금에서 80%나 인상되는 1만원을 ‘상징적’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빠르게 최저임금 1만원이 상징전략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소득 2만8000불이다. 내 후년이면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온다. 2만불이었던 게 불과 2000년대 초반이다. 어느덧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국민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애를 써왔던 노동자들의 삶은 왜 제대로 평가가 되지 않았는지, 그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최저임금의 당사자는 늘어났고, 이 최저임금의 당사자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미래의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몫까지 최저임금에 계산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1만원도 빠르게 어느 순간에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국민임금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 상징적인 협상전략이 아닌 게 특별한 전략이다. 이 정도는 상상하고, 꿈꾸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니 이 당연한 목소리를 가지고 가겠다.

Q. 청년유니온에서 또 최저임금 협상 외에 힘써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우선 정책적 범주를 말하자면, 지금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이 있고, 더불어 고용보험 문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또 청년 뿐 아니라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고용보험과 실업급여 문제다. 지금 청년들이 최초 취업이 안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졸업하고 첫 직장 구하는 것은 유럽 국가들보다 한국이 짧은 편이다. 입직 이후 이직이 문제다. 그런데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보니 취업이 되도 빠른 시일 내에 퇴직을 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청년들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고 있고 이것이 상수가 되고 있다.

이직을 하려면 최초 일자리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가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가기 때문에 그렇다. 퇴사 후 취업하기 까지 시간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 주는 게 실업급여와 고용보험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의 고용보험 제도에서는 자신이 더 좋은 일자리로 이직하기 위해서 자진 퇴사한 경우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그런데 자신이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진 퇴사하는 경우도 실업급여를 받게 해야 한다. 이것이 실업 상태를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 문제에 집중할 예정이다.

Q. 이번에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과정을 보니까, 노동계의 협상전략, 논리구성, 준비성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에 경영계 위원들을 보면 예년과 비교했을 때 상당수 구성원이 바뀌긴 했지만, 협상전략도 졸렬하고, 준비가 안됐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직접 겪어보니 어떤가?

진짜 너무 실망스럽다. 논리전개도 그렇고, 준비 안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보니 생떼 쓰기 바쁘다. 그동안 회의하면서 정말 ‘사용자들 겨우 이 정도였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렇다보니 역으로 ‘우리 노동계가 40년 동안 이정도 수준의 사용자들에게 져왔던 건가’싶었다. 노동계의 노동운동사를 되돌아보고 재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알겠다. 이 고용보험 문제도 꼭 소기의 성과가 있길 바란다. 인터뷰 응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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