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협상 때마다 동결만 외치는 경영계?

노동계,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요구…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본격 ‘샅바싸움’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안을 두고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들어갔다.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2016년도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5580원에서 80%에 가까운 4420원을 인상하는 안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로 도시근로자가구 1인당 소비지출과 가구당 평균 2.5명을 감안해 월 평균 208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에 따라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급 1만원은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급 209만원에 해당한다.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준성 최저임금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준성 최저임금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사용자측,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안 24년만에 처음 제시

반면,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5580원 동결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지난 8년 동안 최저임금협상 때마다 ‘동결안’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지난 13년 동안 최저임금 상승률이 연평균 8%에 이르러 이미 최저임금은 오를 만큼 올랐고, 최저임금을 더 인상할 경우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자총연맹은 지난 3월 회원사들에게 올해 적정임금인상률 1.6%를 제시해 내년치 최저임금도 비슷한 수준에서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이날 전원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동결 입장으로 선회했다.

경영계는 이날 회의에서 여느 해처럼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나눠 다르게 적용하자는 요구를 내놔 노동계가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민주노총 교섭위원으로 참가한 권오인 실장은 19일 ‘go발뉴스’와 통화에서 “경영계가 업종별로 최저임금 차등을 두도록 바꾸자고 주장한 것은 너무 설득력이 없어 노동계 뿐 아니라 공익위원들도 지적을 많이 했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넓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영계측에서 이 같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제시한 것은 1992년 이후 24년만에 처음이다.

정부 7%p인상 제시에도 사용자측은 올해와 똑같은 5580원 제시

또 양쪽은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기초자료에 가구생계비도 조사해 넣는 방안을 두고도 격론을 벌였다. 노동계는 미혼단신 노동자 생계비만을 고려한 현재까지의 심의 관행은 실제 최저임금 노동자가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크기 때문에 가구생계비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원래 최저임금은 1명을 기준으로 만든 제도’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옆에서 조합원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병균 사무총장 등 한국노총 간부들도 연단에 올라 양대노총의 연대투쟁 의지를 다졌다.

한편, 최저임금인상은 그동안 정부여당에서도 강조해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 “최저 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인상 폭은 7%p 내외로 지난해(7.1%)와 비슷한 수준이다.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내년도 최저시급을 결정할 전원위원회에 앞서 노동계에서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내년도 최저시급을 결정할 전원위원회에 앞서 노동계에서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영계에서는 정부의 인상폭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동결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19일 ‘go발뉴스’와 통화에서 “사용자들은 일단 1차 안으로 동결안을 제시하고 협상이 진행되면 수정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동결안’을 끝까지 밀고 가진 못할 것이고 수정안을 염두한 ‘동결안’ 같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안’ 제안에 대해 알바연대 알바노조는 “경총은 삭감안을 냈을 때를 포함해 9년 연속 ‘동결안’을 내는 신기록을 세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동자‧사용자 서로 ‘물러설 수 없다’…우여곡절 예고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오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다시 열린다. 이 자리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협상이 얼마나 진척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시급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용자측과 노동자측, 정부측 위원들. <사진제공=뉴시스>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시급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용자측과 노동자측, 정부측 위원들. <사진제공=뉴시스>

이와 관련 권오인 실장은 “공익계(정부측)는 그동안 ‘사용자 대변인’이라고 할 정도로 협상과정에서 경영계측의 편을 들어왔는데, 어제 같은 경우는 경영계의 입장이 너무 완강해서 ‘경영계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내달 15일부터 정부의 임금피크제 실시로 인한 일반해고 확대, 취업규칙 변경 시도를 저지하고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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