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메르스 격리 환자에 ‘목장갑’ 발송.. 왜?

이재민용 구호품, 메르스 격리 환자에 그대로.. 네티즌 “황당하다”

사진제공=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사진제공=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격리환자에게 지급되는 응급 구호품이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위생과 무관한 엉뚱한 물건이 들어있어 보건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메르스 격리환자 구호물품이 코팅면장갑’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인에게 받은 사진이라며 “메르스 격리환자에게 온 구호물품치고는 참 허술하다. 목장갑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에는 칫솔, 치약, 수건, 두루마리 휴지, 속옷, 양말 외 목장갑이 들어 있었다. ‘go발뉴스’ 취재 결과 해당 사진을 찍은 사람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의 조카로 현재 서울 메디힐병원에 격리됐다.

강용주 소장은 “메디힐 병원에 격리된 조카가 20대 중반 여자인데, 적십자사에 보낸 구호품 박스에 남성용 팬티와 런닝도 들어있었다”며 “병원에 입원해서 격리된 사람에게 필요한 구호물품은 없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구호품은 대한적십자사가 각 지역 메르스 의심환자와 격리환자에게 발송한다. 적십자사는 지난 12일 서울(100세대), 대전(300세대), 충북(66세대)에 생필품으로 구성된 응급구호품을 보건소 및 지자체에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는 12일 메르스 자가격리자 증가에 따라 생필품으로 구성된 응급구호품을 보건소 및 지자체로 전달했다. (사진출처=대한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는 12일 메르스 자가격리자 증가에 따라 생필품으로 구성된 응급구호품을 보건소 및 지자체로 전달했다. (사진출처=대한적십자사)
재난용 구호품을 메르스 격리자에.. 네티즌, 보여주기식 행정 질타

그러나 문제는 각종 재난용 구호품이라는 점이다. 태풍이나 지진 홍수 같은 대형 재난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지급하던 구호품을 메르스 격리 환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이에 적십자사 홍보실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신종 감염병 확산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메르스 구호품 제작은 따로 되어있지 않았다”며 “재난용 구호품(4인 가족용)을 급히 발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 서울시에서 구호품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을 해 재난용 구호품 100세트를 우선 보냈다”며 “구호용품이라는게 개개인의 욕구에 맞추기가 힘든 점이 있지만 받으신 분이 다소 황당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현재 메르스 격리자용 구호품을 제작하고 있다.

한편, 해당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국가와 사회, 행정이라는 것의 의미와 역할을 더 생각하게 되는 요즘”(@kimu***)라며 보건당국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일침을 놨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김성주 총리가 어디 지진현장에 보냈던 것을 그냥 보낸 듯. 이 정권의 스펙트럼 진짜 다양하다”(@bigi***),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아프지 말아야겠구나. 이게 캠핑용품이야? 구호용품이야?”(@zzirr***), “절실하지 않는 물품들이 참 많다”(@heure***)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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