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신문은 이날 2시간 넘게 인터뷰를 지내며 일제가 저지른 만행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WP

<WP>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의 인터뷰 기사를 2면에 걸쳐 실었다. 신문은 “이 할머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2차 세계 대전 당시 자신이 겪었던 ‘성노예’로서의 삶을 이야기 하러 왔다”고 소개한 뒤 “위안부 문제는 한인사회로 인해 워싱턴에서 특별한 울림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 할머니는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의 끔찍한 과거를 털어놨다. 그러나 아베 총리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묵주를 돌리던 손을 멈추고 분노에 찬 목소리를 쏟아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53명. 그 중 한 명이 바로 이용수 할머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오른 1943년 10월, 이 할머니는 이웃의 말에 속아 16살이란 어린 나이에 때 대만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할머니는 당시 기억을 회상하며 “일본군은 나를 강제로 끌어갔고 행복하게 살고 결혼하고 가족을 가질 권리를 모두 뺏아버렸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 할머니는 “당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나중에 대만 신주의 카미가제 부대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만에서 이 할머니를 맞은 것은 커튼이 쳐진 낡은 위안소 건물. 할머니는 “성관계를 거부하면 전기 쇼크 등 온갖 폭행과 고문으로 학대를 당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용수 할머니 인터뷰 기사 일부 캡처. ©WP

처절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고향 돌아왔으나 할머니는 전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 할머니는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을 잃어버렸고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수치심을 느꼈고 무서웠으며 외로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후 47년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

그러다 1991년 같은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자 이 할머니는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일본군으로 부터 받은 수모와 고통을 세상에 증명하기 시작했다. 숨어 지냈던 피해자에서 살아있는 증언자로 할머니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 할머니는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의 딸이자 숙녀”라며 “나는 증오하거나 원한을 품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내게 일어난 일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남자답게 행동해야 한다. 전쟁범죄의 진실을 마주봐야 한다”며 “나는 내 자신과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를 초청한 워싱턴 정신대책위원회의 이정실 회장은 <WP>에 “우리는 일본을 모욕하거나 공격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위안부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아베 총리가 과거사를 인정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는 것”이며 “(아베 총리가 사과를 한다면) 우리도 이 모임을 해제하고 앞으로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미 일본대사관의 마사토 오타카 대변인은 <WP>에 “일본 정부는 이미 사과와 반성의 입장을 표명했고, 희생자들에게 특별한 펀드를 통해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전직 총리가 개인적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