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행진 나선 초등학생 “대한민국, 안전한 나라 됐으면 좋겠다”
세월호 도보행진단의 마지막 행진날인 14일 유가족 뒤를 함께 걸어온 2천여명의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세월호 선체 인양으로 진실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6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한 행진단은 19박 20일을 걸어 이날 진도군청에서 마지막 행진에 나섰다. 마지막 일정인 만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과 시민단체가 유가족을 뒤따라 걸으며 실종자 수색과 선체 인양을 외쳤다.
‘성남촛불’ 35명과 함께 진도에 내려온 류승아씨는 ‘go발뉴스’에 “성남에서 단체로 함께 왔다”며 “팽목 어귀에서 응원해드리고 뒤쪽에 합류해 걸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류씨는 “잊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왔다”며 “팽목으로 점점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깝고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온 70대 최신현씨는 “노후희망유니온에서 함께 왔다. 우리 세대는 절망스러운 시대를 살아왔지 않나. 이렇게 와보니 참 마음이 무겁다”며 “세월호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는데 땀을 흘리고 함께 걸으니 부채감이 조금 덜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 씨는 “세월호는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인양되어야 한다”며 “배가 어떻게 파손된지 모르니 인양을 해야 하고 가장 우선적으로는 실종자들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진단에는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많았다. 특히 5살, 7살난 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길을 걸었던 경북 영주에서 온 장모씨 가족은 “큰 아이는 오늘을 기억할 것”이라며 “마음이 아파서 함께 고통을 덜기 위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커서 좋은 나라에서 살길 바란다”며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먼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열의 맨 앞에서 걸어가던 무안 남악초등학교 4학년 장우준 군은 “부모님과 형, 동생과 함께 왔다”면서 “부모님이 세월호 사고에 대해 설명해줬다. 상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가 안전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팽목항을 막 들어오는 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해 충북 청양에서 온 권수현·은수 자매도 “부모님과 함께 왔다. 팽목항은 처음이다. 보도로 보던 곳에 와보니 신기하면서도 슬프다”며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고라고 생각한다. 유가족들과 몇 번 함께 걸었는데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가족들이 원하는 것처럼 세월호는 꼭 인양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남대학교 청소용역지회 35명도 연두색 조끼를 맞춰 입고 행진했다. 지회는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짧은 행진에는 다양하게 참여해 본 적 있다. 그 때마다 쉽지 않더라. 하지만 인양이 꼭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걷고 있다”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진상규명을 위해 시원하게 꺼내서 (선체를)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가면 깨끗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겠나하는 마음과 희망을 품고 있다”며 “올해 민주노총 일반노조 슬로건이 두레 투쟁인 만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진단이 걷는 길에는 언제부터 달려 있었는지 모를 노란리본이 군데군데 묶여 있었다. 뒤따라 걷는 일부 시민들은 오래된 노란리본을 정리하거나 다시 묶기도 했다.
마중나온 시민들이 팽목항에 들어오는 행진단을 열렬히 환호하자 몇몇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서로 부둥켜안고 말없이 눈물 흘리는 가족들을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들은 팽목항에 도착하자마자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조문했고, 오후 5시 20분에 열리는 범국민대회에 시민들과 함께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