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정원 직원 “원세훈, 싸그리 인사조치”

“정권 충성 기관 변모…친정이 곪아터지는데 외면 못해”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국정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한 전직 직원 ㄱ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이 정보기관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하는 기관으로 변모했다”고 비판했다.

ㄱ씨는 2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일이 너무 반복되다 보니 차고 넘치도록 이야기가 (국정원 안팎에서) 돌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ㄱ씨는 앞서 지난해 12월 “국정원 3차장 산하에 심리전단이 만들어져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ㄱ씨는 “국정원이 이런 식으로 정권을 찬양하고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정말 두고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민주주의가 30년은 거꾸로 가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불합리한 게 차고 넘쳐 곪아 터졌는데 국정원은 그걸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ㄱ씨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현직 직원 ㄴ씨를 파면한 것에 대해 ㄱ씨는 “ㄴ씨는 직원 김씨에 대해 어떤 정보도 알고 있지 않다. 그로부터 받은 정보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ㄴ씨에 대한 징계위는 2월5일 열렸는데, 처음부터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하는 것으로 (징계위에) 올라왔다”며 “징계위에는 20년 이상 근무한 간부들이 5~7명 정도 참여하는데, 그들이 직접 부하 직원인 ㄴ씨를 파면까지 시켰다고 보지 않는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직접 지시한 게 아닐까 한다”고 원세훈 국정원장을 겨냥했다.

ㄱ씨는 “나는 2009년에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국정원을 그만뒀는데, (이번 일로) 나와 친했던 직원들을 모두 인사조처했다고 한다”며 “이건 파시즘이랑 다름없다. 북한 김정은과 뭐가 다르냐”라고 분개했다.

ㄱ씨는 원세훈 원장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내가 (외부에 누설)했다고 (파렴치한 범죄자 등) 온갖 험한 단어를 사용해가며 나와 ㄴ씨를 비난하는데, 이건 명예훼손이다”며 “친정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곪아 터지고 있는 걸 이야기한 것인데, 정보 출신도 아닌 ‘계모’가 친정을 차지하고 나를 버린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원세훈 원장은 경북 영주 출생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맡았고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2009년 2월 국정원 원장에 취임했다.

또 국정원 요원 김씨를 도왔던 일반인 이모씨(42)에 대해 ㄱ씨는 “정보 활동을 위해 주어지는 예산을 쓰기 위해 김씨가 일반인까지 (대가를 지불하며)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ㄱ씨는 “민주주의가 후퇴할지 말지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사건을 명확하게 규명해서 민주주의가 후퇴되지 말았으면 한다”고 오직 진실규명만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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