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에 닭의 부리를 합성한 ‘그래피티’(graffiti:길거리 벽화)를 그린 대구의 한 대학생이 검찰에 기소됐다.
미술을 전공한 대학생 김모씨(22)는 반월당역 부근 벽과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안내판 등 5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 일부를 닭의 부리로 묘사한 그림을 그렸다. 그림 하단에는 ‘PAPA CHICKEN’(아빠 닭) 이라고 썼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김씨가 그린 이 벽화는 하루 만에 모두 지워졌다. 그러나 공공조형물을 관리하는 대구중구청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며 경찰에 신고, 대구중부서는 11월 초 김씨를 불러 조사 후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이 사건을 대구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김씨에게 벌금형(200만 원)으로 기소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중구청에서는 박 전 대통령 비하죄로 신고했다고 들었는데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보니 재물손괴죄로 넘어가 있었다”며 “재물손괴라면 내 행위 자체만 조사하면 될 텐데 경찰 조사관은 대구에서 그림을 그린 의도와 그림의 의미 등을 계속해서 물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대구중부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담당했다. 지능팀의 한 관계자는 재물손괴 혐의임에도 공안사건을 담당하는 지능팀에서 사건을 수사한 이유에 대해 “처음에 중구청에서 전 대통령 비하로 신고가 들어왔고, 공안사건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해 지능팀에 배정한 것 같다”며 “사자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워 재물손괴로 조사했고 통상적 절차에 따라 기소의견으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는 이번 그래피티 내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을 잊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적인 모습만 기억해 딸이니까 (아빠처럼) 잘 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아빠가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민중의 소리>에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