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개정을 비판하는 말을 했다가 징역형을 받은 사건에 대해 42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1972년 계엄령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고(故) 박 모 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관들이 영장 없이 불법체포했다”며 재심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박씨가 유신헌법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다소 격하게 표현했지만, 군사적으로 제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지난 1972년 10월 30일 밤 10시께 경북 영주군 영주읍내 한 공원 앞에서 “헌법개정안(유신헌법)은 막걸리로 조지자, 헌법개정은 독재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돼 계엄포고령 제1호를 위반한 혐의로 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한 행위”라고 항소했고, 육군고등군법회의는 이듬해 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을 확정했다. 박씨는 영장도 없이 구속돼 수사와 재판을 받고 수십일 만에 풀려났다.

박씨는 이후 9년 뒤 세상을 떠났지만, 그 아들이 올해 8월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해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