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제안했던 ‘한중일 공동 역사 교과서’ 발간을 위한 예산이 ‘0원’인 것으로 확인돼 정책 제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동북아역사재단 등 교육부 산하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의 2014년 사업계획 및 예산서 상에는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 항목이 없으며 편성된 예산도 없다”며 “작년 11월의 대통령 연설이 있었지만, 준비된 정책인지 의문”이라 밝혔다.

이어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라면서 “관련 예산이 있기는 한데, 다른 항목 여기저기에 혼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일부 관련 예산이 ‘동북아 역사 현안 분석과 대응논리 개발’, ‘역사교육 강화’ 등의 세항(細項)에 흩어져 편성돼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각종 학술회와 같은 기초연구 사업이나 시민단체나 연구자 등 민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또 이처럼 흩어져 있는 예산을 모두 합해도 7320만원에 불과하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올해 사업비 103억 7400만원의 0.7%, 전체 예산 191억6천100만원의 0.4에 그친다.

▲ ⓒ 정진후 의원실

정 의원은 “하나의 독립된 예산항목도 아니고 여기저기 쪼개져 있는데 액수도 적다”며 “대통령 연설이 있었지만, 사실상 이제 기초작업을 하고 있거나 일부는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간 사전 조율이나 제반여건 점검도 없이 무리하게 출발신호부터 울린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동북아역사재단은 주요 업무추진계획 보고에서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을 추진하겠다면서 ‘한일, 중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및 유럽 공동교과서 발간 경험 검토’, ‘재단 내 외부 전문가로 TF팀 구성 운영’, ‘한중일 공동부교재 개발 성과 공유 및 집필 권고안 연구 관련 지원‘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14일, 국립외교원 50주년 기념 글로벌 컨퍼런스 축사에서 “국가 간 역사관의 괴리로 인한 불신과 일부 영토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충돌의 소지도 커지고 있다”며,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가 했던 것처럼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발간함으로써 동서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협력과 대화의 관행을 쌓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 제안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