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원인 ‘개인’보다 ‘환경’.. 76%, 부자증세 필요성 인식
국민 대다수가 ‘우리나라 빈부격차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달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동안 전국 성인 1,001명에게 현재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이 56%, ‘어느 정도 심각하다’ 30%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심각하다’고 보는 것이다. ‘전혀 혹은 별로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은 12%에 불과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 문제에 대해 1985년에도 한국인의 85%가 ‘심각하다’고 답한 바 있다. 특히 IMF 구제금융 시기였던 1999년에는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76%에 달해 당시 경제 상황의 어려움이 반영됐다.
성, 연령, 지역, 직업 등 모든 응답자 특성별로 빈부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 입장이 우세하며, 특히 생활수준이 낮을수록 그 정도가 강했다.
빈곤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노력해도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65%로, ‘자신의 노력 부족 때문’(30%)이라는 응답의 두 배 이상에 달했다.
지난 1990년 조사에서 ‘환경’ 52%, ‘개인 노력 부족’ 38%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24년 동안 환경, 즉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빈곤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난 것이다.
세대별로 보면 전 세대에서 대체로 빈곤의 원인이 ‘환경’에 있다고 보는 입장이 우세했고, 특히 2040 세대는 70% 내외가 그렇게 봤다. 반면, ‘개인 노력 부족’ 때문이라는 응답은 40대에서 22%로 가장 적었고 5060 세대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약 40%로 나타났다. 개인의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젊은이들은 부모의 재력이나 가정 환경을 중시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의 노력과 책임이 차지하는 비중을 더 크게 봤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두 배 이상 세금을 내겠다’는 응답은 22%에 그쳤고 '낼 수 없다'는 75%로 나타났다. 1990년 조사에서 두 배 이상 세금을 ‘낼 수 없다’ 52%, ‘부담하겠다’ 38%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대 의견이 2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결과다. 시간이 지나도 빈부 격차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을 더 내는 등 개인의 희생을 감내하겠다는 의견은 감소했다.
반면 ‘부자들에게 두 배 이상 과세(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찬성 76%, 반대 21%였다.
<한국갤럽>은 “빈부격차 문제는 본인을 포함한 전 국민이 공동분담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다른 이와 나눌 만한 부가 있는 사람들의 몫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율은 15%(총 통화 6,566명 중 1,001명 응답 완료)다.
